올해 성장률 -1.1%, 상품수출 감소폭 4.5→1.6%
"민간소비 회복세 더디지만 설비투자 양호, 상품수출 개선"
이주열 "2분기 바닥 지나 완만한 회복세"
한국은행은 26일 우리나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27일 전망치(-1.3%)보다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개선, 양호한 투자 흐름 지속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재확산과 가계의 소득여건 개선 지연으로 인해 민간소비 회복세는 더디겠지만, 설비투자와 상품수출이 개선돼 경기 회복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논지다. 설비투자에서는 IT부문 외에 투자가 미뤄졌던 비IT 부문에서도 설비투자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전망에서 올해 연간 상품수출 감소폭을 4.5%로 전망했으나 이번 전망에서는 상품 수출 감소폭이 1.6%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도 기존 전망치(2.6%)의 2배가 넘는 5.7%로 높아졌다. 다만 내년 설비투자 성장률은 6.2%에서 4.3%로 떨어졌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반도체 중심으로 IT(정보기술)쪽 설비투자가 좋고, 비IT 부문에서도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신성장 쪽의 설비투자가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올해 설비투자 흐름이 워낙 좋기 때문에 그 '기저효과'를 반영해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을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는 "내년 5G 스마트폰 보급, 신제품 교체 등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예상된다"며 "여러 반도체 전문기관들도 내년 초반 이후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민간소비 성장 전망치는 8월 당시 -3.9%에서 -4.3%로 오히려 더 낮아졌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상반기 민간소비가 4.4%나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에도 4.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내년 상반기 민간소비 성장률 역시 2.9%로 1%포인트 떨어졌다.
취업자 수도 올해는 20만명 감소하겠지만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13만명, 21만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한은의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예상액은 각 650억달러, 600억달러였다. 지난 전망 당시(540억달러·550억달러)보다 110억달러, 50억달러 늘어났다.
이번 수정 전망에는 '올해 겨울 지속 확산 후 내년 중후반기 이후 진정'이라는 코로나19 관련 시나리오가 적용됐다.
김웅 조사국장은 "보건전문가의 견해를 반영해 선진국에서는 내년 초부터, 국내에서는 내년 중반께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는 암묵적 시나리오도 가정됐다"며 "다만 백신 시나리오의 경우 안전성, 유통문제, 경제주체들의 호응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3분기 (GDP)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기 때문에 현재 경기가 2분기를 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지만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당분간 더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아직은 경기가 본격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최창호 동향분석팀장, 이지호 조사총괄팀장, 이환석 부총재보, 김웅 조사국장, 강태수 물가연구팀장(한국은행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