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하면서 '탈(脫)탄소' 정책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에야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한 우리나라가 1990년대부터 차근차근 온실가스 감축 단계를 밟아온 유럽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단기간에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인 상태를 의미한다. '넷제로' 또는 '탄소제로'라고도 한다. 문 대통령의 선언에 따라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정책적 역량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는 약 70여개국이다. 이중 유럽연합(EU), 핀란드, 포르투갈 등 8개국은 유엔(UN)에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서를 제출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EU의 경우 1990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추진해왔다. 특히 영국은 G7 국가 중 최초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법령을 공식 채택했다. 프랑스는 '에너지기후법안'을 마련해 세부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을 퇴출하는 등 과감한 감축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시작한 지는 겨우 3년째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까지 매년 증가해왔다. 2018년 배출량은 7억2760만톤 수준으로, 1990년 배출량의 약 2.5배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으로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이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2050년 배출목표를 '2017년 대비 75% 감축'으로만 설정해도 산업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기관의 분석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검토안 주요 내용' 보고서에서 "'2017년 대비 75% 감축' 목표는 고려 가능한 모든 옵션을 포함한 가장 도전적이며, 탄소중립을 향한 저탄소 전환 최대 추진안"이라면서 "해당 안을 추진할 경우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영국·프랑스 등은 1990년 이래 지속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 오면서 2050년까지 감축경로가 비교적 완만한 편인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배출량을 줄이지 못해 2050년까지 감축경로가 선진국 대비 급격해진다는 게 KEI의 분석이다.
KEI 측은 "획기적 신규 감축 수단이 도입돼야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며 "그린수소 등 발전원을 모두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제로 배출발전'으로 충당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기준으로는 감축비용이 매우 높거나 추정이 곤란한 수준"이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