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특수관계 상속세율 60%
배당 확대·지분매각 등 거론도
5년간 연부연납 방식 신청할듯
현장경영속 대형빅딜 기대감
조만간 '회장'직 승진도 유력
배당 확대·지분매각 등 거론도
5년간 연부연납 방식 신청할듯
현장경영속 대형빅딜 기대감
조만간 '회장'직 승진도 유력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아버지가 떠나고 이제 '뉴 삼성'을 홀로 이끌어야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10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어떻게 해결할 지 방안을 내놓는 것이 시급한 과제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경영 승계 관련 의혹 재판 등 사법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경제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를 찾고, 여기에 더해 '100년 기업'을 향한 신성장사업 개척이라는 난제도 떠안았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계열분리 여부도 숙제 중 하나로 꼽힌다.
◇10조원 넘는 상속세 어떻게 내나… 배당·계열사 지분매각 등 유력=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장례 일정을 마친 뒤 6개월 내에 고(故)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등 지분에 대한 상속세를 5년 간 연부연납 방식으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식의 가치는 현재 약 18조2000억원으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자녀들이 내야 하는 상속세가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속 재산이 30억원이 넘으면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특히 주식의 경우 고인이 대기업 최대 주주이거나 최대 주주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면 세율이 60%로 높아진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단 삼성물산과 삼성SDS 등 이 부회장과 가족들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배당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꼽는다.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성물산의 경우 이 부회장이 17.5%,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5.6%를 보유하는 등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삼성생명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건희 회장이 20.76%을 보유했고, 이를 포함해 삼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7.02%에 달하기 때문에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부회장이 9.2%, 두 여동생이 각각 3.9%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SDS 역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39.7%)만으로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변수가 있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일컫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총 자산 3%를 초과하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고, 특히 8.8%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을 대부분 매각해야 해 지배구조에 큰 위협 요인이 된다. 정부여당은 강행 처리 방침이지만, 시장은 물론 야당에서도 주식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줄줄이 이어지는 재판 일정, 총수 공백 우려= 현재 진행형인 사법 리스크도 이 부회장의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관련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9일 파기환송심 관련 공판 준비기일이 예정돼 있고, 이르면 연내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이후 곧바로 내년 1월로 예정된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재판 일정이 줄줄이 이어진다. 재계에서는 대법원까지 갈 것을 고려하면 최소 2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2016년 말부터 수년째 수사·재판을 받아온 이 부회장은 대략 2023년까지는 사법 리스크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재판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총수 공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승계 관련 의혹은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하는 등 명백한 증거, 소위 '스모킹 건'이 나오지 않고 있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다.
◇초대형 M&A 추진할까? '뉴 삼성' 새판짜기도 숙제=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신성장 사업 육성을 위해 다시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이후 삼성은 이 부회장의 주도 하에 2014년 말과 2015년 석유·방산, 화학 사업을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매각했고 2016년에는 미국 하만을 인수하는 등 '빅딜'로 빠르게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이후 2017년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이면서 한동안 잠잠해졌다. 하지만 최근 이 부회장이 코로나19와 재판 등 여러 부담 속에서도 현장 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다시 초대형 빅딜에 대한 재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2030년 세계 1위 달성을 공언한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M&A가 아니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경우 일단 시장이 작고, 기반 인프라도 열악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 외에는 경쟁력을 높일 방법이 없다.
이와 함께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승진하면서, 이 부회장만 현재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회장'이 아니다.
이 밖에도 과거 이건희 회장이 총수직을 맡으면서 범 삼성가 계열 분리가 있었던 만큼 두 여동생에게도 일부 계열사를 떼어줄 지 여부도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속에서 상속세와 사법 리스크까지 발목을 잡고 있는 와중에 신성장동력까지 마련해야 하는 등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만만찮다"며 "하지만 경영능력을 검증받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도 강한 만큼 '뉴 삼성'으로의 변화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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