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구글이 사악해지고 있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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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칼럼] "구글이 사악해지고 있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사악해 지지 말자(Do not be evil)." 미국 스탠포드대 대학원생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1998년 인터넷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며 구글(Google)을 창업한다. 이들이 창업정신으로 내세웠던 메시지가 바로 '사악해지지 말자'였다. 인터넷 거품경제가 막 확산하기 시작하던 당시,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고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내세운 경영 모토였다.

회사가 설립된 지 22년이 지난 현재, 구글은 전 세계 인터넷-모바일 제국의 최대 공룡으로 부상했다. 세계인들 대부분이 '구글링'(구글검색)을 통해 인터넷 세상과 연결되고, 구글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세상과 공감한다. 또한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의 70%가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에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있다. '상생과 공유'의 인터넷 철학을 가장 잘 준용하며,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과 기술과 서비스를 공유하며 전 세계에 구글의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이처럼 전 세계에 그들만의 '인터넷 제국'을 만들어 온 구글이 시간이 갈수록 불공정, 편법, 탈법의 아이콘이 돼가고 있다. 조세피난처 등을 통한 탈세 의혹이 커지면서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른바 '구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고, 최근에는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혐의로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에서도 구글이 일방적으로 통행세 인상을 강제하면서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에 반(反)구글정서가 심각하다. 구글은 내년 하반기부터 자사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거래되는 모든 콘텐츠에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사실상 국내 모든 모바일 콘텐츠에 수수료 30%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통행세 정책이 불만이면 언제라도 다른 장터로 떠나라는 식인데, 이미 구글이 국내 모바일 앱 시장의 70% 이상을 독과점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횡포이자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전형적인 갑질 행태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국회, 나아가 국민들을 무시하는 듯한 대응태도도 문제다. 구글은 통행세 논란으로 국회 국정감사에서 큰 이슈가 됐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했다. 국회에서 구글코리아 지사장을 증인으로 요구하자, 구글은 코로나19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일주일 후 국감에 대신 참석한 구글코리아 임원은 "미국 본사가 관리한다" "잘 모른다" "말씀드릴 권한이 없다"며 국회를 기만했다. 구글은 4년 동안 매번 똑같은 이유로 임원이 국감장에 불려 나왔지만, 대한민국 국회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무시하는 모습은 매년 그대로였다.

구글의 불공정 갑질행위는 근 10여년 동안 계속 돼 왔다. 지난 2011년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만을 탑재하도록 했다며 제소했고, 지난 2018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이 국내 게임업체들에 타사 모바일 장터에 게재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나 정치권 모두 당시에만 구글을 반짝 다그칠 뿐, 강력한 제재나 실효적인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매번 '생색내기'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고 또 심각하다. 미국, 유럽 등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구글의 독과점 횡포를 차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번 통행세 논란을 계기로 칼날을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구글이 해외 글로벌 사업자라는 이유로, 또 국내 인터넷·모바일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는 사업자로 누려온 편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들을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요구도 커지고 있다.

"구글은 사악해지고 있다." 내년도 이맘때 쯤, 국정감사에서 또 아무런 권한 없는 구글 대리인을 세워놓고, 국회가 다시 이 말을 반복하지 않기를 고대할 뿐이다.

최경섭 ICT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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