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고(故) 이건희 회장은 1997년 자필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 본인의 경영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녹여낸 바 있다. 그의 수많은 어록 중 상당수가 이 에세이에서 나왔다.
특히 그는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평등을 위한 평등이 아닌,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여성 등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기업도 여성에게 취업 문호를 활짝 열고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비해야 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다면 이에 따라 당사자가 겪게 될 좌절감은 차치하고라도 기업의 기회 손실은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라며 20여년 전에 유리천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다. 마치 바퀴 하나는 바람이 빠진 채로 자전거 경주를 하는 셈이다. 이는 실로 인적 자원의 국가적 낭비라고 아니 할 수 없다"며 여성 인재의 채용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짐을 설파했다.
이 회장은 "국가 차원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탁아소나 유치원 시설을 많이 제공함으로써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 기업도 여성에게 취업 문호를 활짝 열고 취업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구비해 줘야 한다"며 기계적인 여성 채용이 아닌 여성 채용 인프라 구축이 중요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삼성은 1992년 비서와 디자이너 등 전문직군에서 여성 공채를 한 데 이어 이듬해 여성 1기 공채 모집을 진행했다. 1994년에도 학력과 성별 철폐를 핵심으로 한 열린 인사 개혁안을 내놓으며 여성 인력 채용에 앞장섰다.
에세이에서는 자동차, 영화, 스포츠 등 이 회장의 다양한 취미를 엿볼 수 있다. 단순히 취미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취미생활에서 경영의 요체를 깨닫는 모습을 에세이에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 유학 시절 1300여편의 영화를 봤다고 할 정도로 소문난 영화 마니아인 이 회장은 "영화를 여러 각도에서 보면 작은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것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진다. 일할 때도 새로운 차원에 눈을 뜨게 된다"는 말도 남겼다. 그가 젊은 시절 영화라는 세계에 빠진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자동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도 "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공부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전 세계 웬만한 자동차 잡지는 다 구독해 읽었고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 경영진과 기술진을 거의 다 만나봤다. 즉흥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10년 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연구해왔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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