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이건희 회장은 재계에서도 소문난 스포츠 애호가였다. 국내 주요 스포츠 역사에 이 회장의 발자취가 묻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정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그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의 과실이었다.
이 회장은 청년 시절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사대부고 재학 당시 2년여간 레슬링 선수로도 활동했던 그는 프로레슬러 역도산을 직접 만날 정도로 레슬링을 사랑했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5년간 대한아마추어레슬링협회장을 맡아 한국 레슬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승마와 럭비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승마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하는 스포츠로 색다른 의미가 있다. 나는 안양에 있는 마장에서 가끔 승마를 즐기고 있고 임직원들에게도 승마를 권하고 있다"며 승마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또 "럭비는 한번 시작하면 눈비가 와도 중지하지 않는다. 걷기도 힘든 진흙탕에서 온몸으로 부딪치고 뛴다. 오직 전진이라는 팀의 목표를 향해"라는 자전 에세이의 글을 통해 럭비 사랑을 알렸다.
그의 영향을 받았을까, 이재요 부회장 역시 승마를 즐겼다. 아니, 즐기는 수준을 넘어 1989년 열린 제 2회 아시아 승마 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 장애물 단체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다.
올림픽과 관련해서도 수많은 말을 남겼다. 1996년 IOC 위원 선출 이후 그는 동계올림픽 개최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그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선 기본 종목인 빙상 육성이 필요하다"며 10여년간 매년 10억여원을 대한빙상경기연맹에 지원했다. 강원도 평창이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자 이 회장은 2009년부터 11차례나 해외로 떠나 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았다. 결국 2011년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이 회장은 "전부 저보고 했다고 하는데 이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이렇게 만든 것이다. 저는 조그만 부분만 담당했을 뿐이다"라며 대중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다.
국내 실업·프로 스포츠계에서도 이 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렵다.
그는 1978년 삼성탁구단을 창단하며 "1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라, 세계 최강을 목표로 하라. 경기인들에게 간섭하지 마라" 등의 어록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1982년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창단 때는 "팬들에게 멋있게 이기고 지는 것을 보여주고, 삼성인으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임하면 된다"라는 말로 팬이 최우선인 프로 스포츠의 핵심을 짚었다. 이 회장은 스포츠를 통해서도 늘 경영 철학을 가꿨다.
"그룹의 협동심을 고양시키기 위해 스포츠팀을 활용하라", "스포츠는 사람이다. 95%가 사람이다. 인격을 갖춘 감독, 호랑이같은 코치, 열정의 선수, 이렇게만 구성되면 제패한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이건희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재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은 2011년 남아공 IOC 총회에서 평창의 2018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후 눈물을 보이는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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