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1호기 원전 조기폐쇄'를 결정하면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지만,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등은 감사 대상이 아니어서 조기폐쇄 타당성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이 최종 타당성 판단을 유보하고, 청와대 개입 여부도 전혀 밝히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봐주기 감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감사원은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가 2018년 5월 11일 모 회계법인에 전력 판매단가를 전년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를 적용토록 요구했고, 모 회계법인은 이를 그대로 적용, 원전 계속 가동의 경제성(전기판매수익)을 낮게 산정했다고 감사결과를 밝혔다.
한수원은 정부의 '탈원전' 방침에 따른 원전 가동률이 저하될 것이란 사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원전 예상 이용률을 84%로 높게 잡아 판매단가를 낮게 산정하는 계산식을 회계법인에 사용토록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또 한수원은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와 수선비 등 줄어드는 비용을 기존 중단한 고리1호기에 비해 과다하게 산정하는 등 월성1호기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토록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한수원의 불합리한 경제성 평가과정에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입했다고 밝혔다. 2018년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 한수원이 폐쇄 외에는 다른 방안을 고려치 못하게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경제성 평가과정에 관여해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떨어뜨렸고, 이같은 불합리한 외부평가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는데도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또 당시 산업부 A국장과 B부하 직원은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토록 지시하거나,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이 명확한데도, 이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아 감사원이 정권 압력에 무릎을 꿇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다른 대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하지 않고, 직원들이 모 회계법인에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예측되는 전력단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부적절한 의견을 제시해 경제성 평가 신뢰도를 떨어뜨렸고, 충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행동이 사익편취 등의 사실이 없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퇴직한 전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정부기관 재취업이나 포상 등에 불이익을 주도록 정부에 인사자료를 통보하고, 한수원 사장에게는 '엄중 주의요구' 조치를 결정했다. 월성1호기 자료를 무단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한 A국장과 B씨에겐 국가공무원법 82조에 따라 징계할 것을 요구했으며,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종합]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고의로 낮췄다...폐쇄 타당성 판단은 어렵다"](//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002109958614006[1].jpg "[종합]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고의로 낮췄다...폐쇄 타당성 판단은 어렵다\"")
![[종합]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고의로 낮췄다...폐쇄 타당성 판단은 어렵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002109958614006[1].jpg "[종합]감사원 \"월성1호기 경제성 고의로 낮췄다...폐쇄 타당성 판단은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