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반복되는 부패 수레바퀴

김승룡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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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반복되는 부패 수레바퀴
김승룡 정경부 차장
#장면1. 2017년 5월 10일 12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혁명을 등에 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사를 한다. "마침내 오늘 새로운 세상을 열었습니다.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장면2. 2019년 10월 14일 오후 2시. '검찰개혁'의 선봉장을 자처했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과 검찰 수사에 돌연 취임 2개월 여만에 '사퇴'를 발표한다. 조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이유를 불문하고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합니다."

#장면3. 2020년 6월 6일 밤 10시. 경찰은 정의기억연대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쉼터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 소재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경기도 파주 아파트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숨진 것을 발견한다.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 등 정의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부금을 정작 할머니들에게는 거의 쓰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 창출과 향응을 위해 쓰였다는 의혹이 일고,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을 추정했다.

#장면4. 2020년 10월 7일 오후 5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요원 1902명의 청원경찰 직고용은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공항공사 내부문건을 폭로한다.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기회의 불평등을 토로하며 항의가 들불처럼 일어나자 공항공사가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정부는 해명했지만, 결국 청와대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장면5. 2020년 10월 17일 오전 8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15층 아파트 옥상 난간에 한 남자(38) 걸터앉아 있다. 세 아이 아빠인 이 남자는 코로나19로 장기간 영업이 중단되면서 가게를 결국 폐업했다. 삶을 이어가기가 힘들어 전날 밤부터 밤새 술을 마신 뒤, 옥상에서 투신하려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그들은 다를 줄 알았다. 아무리 권력의 꼭대기에 선다고 해도 당당하고 공정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지없이 달이 차면 기우는 '권력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불공정했고, 결과는 온통 암울했다. 이 땅, 권력의 역사에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법칙이 깨어진 적이 있었던가. 대한민국 대통령제 역사에서 제대로 결말을 맺은 대통령이 몇이나 되던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스스로 하야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부하의 총에 죽었다. 군부독재 전두환과 노태우 대통령은 옥고를 치렀고,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바위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판 중이고,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도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권불십년이 아니라 '권불오년'에 가까운 권력이 영원할 줄 알았던가. 정권에 기댄, 변질된, 탐욕스러운 학생운동 출신가 정권의 결말은 과연 다를까.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들은 이 땅의 평범한 청년들에겐 권력 불공정의 전형이다. 기회의 불평등이다. 시민단체의 정권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로 시민단체 위상은 이번 정권에서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일만큼 자존심을 앞세운 문제였던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위해 존재한다는 시민단체가 사익만 추구했다니. 정권의 신뢰 붕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힘든 취업이 더 힘들어진 상황에서 소위 '인국공' 청와대 배후 지시 의혹은 역시 청년들에게 좌절을 안겨줬다. '아, 흙수저는 무엇을 해도 원래 안되는 거구나.' 개천에서 용은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거구나.' 자포자기 청년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신조어를 달고 산다. 부패한 권력이 각종 사모펀드(옵티머스펀드, 라임자산운용) 투자 비리에 연루돼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

부패한 권력이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경제 정책은 공허하기만 하다. 서민의 소득은 오르지 않았고, 규제는 혁신되지 않았으며, 공정경제를 위한다는 법률은 기업들 목줄을 조인다. 똑같은, 부패한 권력의 역사를 부디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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