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정부의 새 임대차법을 악용해 집주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안 쓰는 대가로 엄청난 이사비를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실거주를 안하면 소송하겠다는 협박까지 하는 '배짱' 세입자들이 나오고 있다.
14일 전국 임대차3법 소급적용 피해 집주인 모임에 따르면 최근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집주인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한다는 한 신혼부부 A씨는 임대차 3법을 악용해 배짱을 부리는 세입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입자가 당초 전세 만료와 동시에 집을 비우기로 해서 집을 팔기 위해 매수자와 계약하고 잔금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매수자는 잔금을 치르기 위해 일부 대출을 받아야한다며 세입자 명도만 외치고 있고, 세입자는 계속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며 이사비 500만원만 주면 집을 비우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세입자에게 매수인이 잔금을 못 치뤄서 계약이 해지되면 직접 실거주할 테니 집을 비워달라고 얘기했지만, 세입자는 실거주를 안하면 변호사를 사서 소송할거라며 A씨를 매일 협박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한다는 40대 남성 B씨도 A씨와 비슷한 상황이다. B씨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에 해당돼 내년 초까지 집을 양도해야 하는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해 양도 계획을 철회했다. B씨는 대신 부모님이 실거주할 거라며 세입자에게 집을 비워줄 것을 요청했지만 "유별나니 못됐다. 안나가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경기도에 거주한다는 40대 여성 C씨도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C씨는 세입자에게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전 올해 11월 전세 계약 만료에 맞춰 매도계획을 설명하고 세입자로부터 이사하겠다는 답변까지 받았다. 그러나 세입자가 돌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했다. C씨는 세입자를 만나 여러번 설득에 나섰지만 세입자는 위로금 1000만원과 기존 전세계약을 4개월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C씨는 "2년 전에 계약서를 쓰고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임대를 줬는데, 갑자기 생긴 법으로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이렇게 4년 전세 기간이 보장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임대를 주지 않고 대출이자를 감당하며 공실로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가 법 시행 전 충분한 유예 기간을 거치지 않은 점이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만 부추겼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임대차 3법을 시행하기 전 유예 기간을 두고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보완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바로 시행하다 보니까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 시행 이후 불거진 문제들이 한 두개가 아닌만큼, 집주인에 대한 균형적인 배려를 마련하는 보완이나 개선 작업을 반드시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새 임대차법을 이용해 집주인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배짱'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