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정부와 여당은 왜 이리 서두르는가

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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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정부와 여당은 왜 이리 서두르는가
박선호 편집국장
묻자. 공허한 메아리일 듯싶지만 그래도 한 번 묻자. 우리 공무원은 정말 월북하려 했던 것이냐. 북이 그의 이름, 그의 신원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정도가 정말 월북에 대한 필요충분의 증거가 되는가. 우리 해경은 그가 실종된 지난달 21일 국제해사기구(IMO)의 재난구조망을 통해 국어로 2번, 영어로 2번 실종 및 구조 신호를 보냈다. 그냥 이름 모를, 신원미상의 인물이 실종됐다고 전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도 IMO 재난구조망에 가입한 지 오래다. 우리 해경의 구조 전파를 북도 받아봤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우리 공무원의 신원 정보를 아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또 설사 북 경비병의 총구 앞에서 월북의사를 밝혔다고 그게 그의 진정한 의지라고 볼 수 있는가. 그는 8년간 같은 바다에서 북, 중국의 어선과 다투며 우리 어선의 안전을 지켜왔다. 가장 바다를 잘 아는 이가 월북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치고는 너무나 미숙하고 어리석다.

무엇보다 사전에 이름 등 신원정보를 소상히 알 정도였다면 북은 오히려 더 그의 월북을 받아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북의 총격에 살해된 우리 공무원의 죽음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풀리지 않은 채 있다. 그런데 우리 해경은 왜 이리 서두른 것인가. 왜 추석 연휴 직전, 언론의 취재가 잠시 중단되기 직전에 "월북하려 했던 것"이라고 확언해 발표했나.

다시 묻자. 다 좋다고 치자. 우리 공무원이 월북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치자. 그럼 그는 그렇게 북에 총살당해도 되는 것인가. 그는 북 경비경의 총부리 앞에 표류하기 전까지 이 나라에 억대 빚을 지고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온 공무원이었다. 월급쟁이들 가운데 가장 투명한 유리지갑을 지닌 게 우리 공무원이다. 그런 공무원이 그렇게 북의 총탄에 죽어도 북한의 '사과 통지문' 한 장이면 다 끝이 나는 것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 한다"는 사과조차 간접화법이었다. 정말 그 문구 하나가 그렇게 청와대와 온 여당이 나서 환영해야 하는 '이례적'이고 대단한 것인가.

나라에 세금을 내는 이유는 하나다. 나라가 나를, 나의 권리를 보호해준다 묵언의 계약 때문이다. 나라 잃은 설움이란 다른 게 아니다. 세상의 무리들 속에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기에,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서러운 것이다.

하나 더 묻자. 청와대와 여당은 왜 이리 서두르는가. 현재 청와대와 여당은 어쭙잖은 김 위원장의 간접화법 사과를 마치 남북 평화의 새로운 증거인양 내세우고 있다. 북의 우리 국민 총살은 우발적인 사고였고, 그 사고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속하고 이례적인 사과는 한반도 평화 구축 의지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언어도단이다. 우리 국민 그것도 나라의 일을 보는 공무원이 총살됐는데 단 한 장의 '사과 통지문', 그 속의 '간접화법 사과'가 어찌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되는가. 그런 평화가 진정한 평화인가. 구걸해서 얻어낸 평화, 돈으로 산 평화가 진정한 평화이겠는가. 평화는 힘으로 지켜내고 얻어내는 것이지, 구걸하거나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141년 남송(南宋)이 금나라와 맺었던 소흥화의(紹興和議)가 대표적인 사례다. 남송은 이 조약을 맺은 뒤 명장 악비를 죽이고 금에게 막대한 국부를 내주며 평화를 구걸하다 결국 패망하고 만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돈으로 산 평화의 특징은 매년 그 대가가 커진다. 당연히 국방비를 줄이게 되고 국력 쇠락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아쉽게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소위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만들어보겠다고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 10월에 '종전선언'을 이루든지, 그러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가시권에 들어오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국자의 "좋은 기초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오는 판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묻자. 정말 왜 이리 서두르는가. 종전선언을 하고 김 씨 일가의 독재체제를 보장해주면 그게 우리 모두가 원하는 이 땅의 평화인가. 천고(千古)의 일을 어찌 이리 경솔히 행하는가. '사자불가부생, 망국불가부존'(死者不可復生, 亡國不可復存:죽은 자 부활하지 못하고, 망한 나라는 다시 존재하지 못한다)의 이치를 왜 모르는가.

박선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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