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文정부 `탈원전` 표현 전략적 잘못… 국민저항 부른 대표적 실책"

태양광 사업하려면 사업자가 모든 민원 해결… 원스톱 진행 덴마크와 대조
韓 재생에너지 비중 4.5% '꼴찌'… 정부·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해
환경·경제 생각하는 인재들이 세계 이끌 것… 2030 E·S·G 투자 변화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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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文정부 `탈원전` 표현 전략적 잘못… 국민저항 부른 대표적 실책"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홍종호 교수는 재생에너지 산업이 대자본뿐 아니라 중소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어촌 수입 증대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한다. 수도권과 지방간 소득격차, 농촌 공동화 문제를 태양광, 풍력발전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현재 독점적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해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를 직접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에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일반 소비자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하는 E·S·G 기준이 확산하는 등 일반의 기후변화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며 "점점 많은 인재들이 이 분야로 진출하고 있는 것도 희망적"이라고 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완전 탈원전이 되려면 적어도 60~70년이 걸릴 텐데, 그 안에는 원전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짓고 있는 원전들은 수명이 60년입니다. 신고리 5, 6호기는 2084년까지 갑니다. 21세기 다 가는 겁니다. 원전 안 없어집니다. 저는 2084년 세상에 없을 거지만요.(웃음) 그렇다고 우리가 쉽게 봐선 안 되잖아요. 원전업계와 학계, 정부가 정말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폐로, 원전 해체도 상업적으로 큰 분야거든요. 앞으로 우리나라 원전 중 40년 이상 된 것들이 2020년대에 하나씩 하나씩 폐쇄시기가 다가옵니다. 수명을 연장할 것인지 폐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그렇듯이 원전을 가동하는 게 경제적으로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폐쇄를 결정하면 산업적으로 원전폐로사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쪽에 대한 고민도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것이 대한민국 원전학계와 산업계의 책무라고 봅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에야 대한민국 사회가 통합되고 좀 더 미래를 바라보는 해법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 차원에선 재생에너지는 아직 불안정하지 않나요.

"저는 재생에너지가 완벽하다고 주장하진 않아요. 그래도 재생에너지원은 순 국산이고 해외 화석원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잖아요. 석탄발전처럼 탄소 배출을 많이 안 하니까 기후변화에 최적의 발전원이고, 어쨌든 경제적으로 장점이 많아요. 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포인트는, 기존 발전산업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물론 관련 대기업-중소기업 산업생태계가 존재하지만요.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분산형 투자가 될 수 있거든요. 중소 사업자가 태양광발전을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 이미 태양광사업자가 5만 명이 넘었어요. 저는 이것은 먹고사는 데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수도권 집중이 얼마나 심합니까, 지역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곳곳에 풍력발전소도 만들면 지역의 중소 건설사업자들이 살 수 있지 않겠어요? 또 지역 농민들도 지분참여나 협동조합 형태로 수입을 챙길 수 있고요. 저는 경제적으로 장점이 많다고 봐요."

-태양광이 값싼 임야나 농지에 마구잡이로 들어서면서 민원과 환경문제가 생기고 있는데, 태양광 수익율이 하루 빨리 높아져서 사업자들이 공장지대나 일반 산업지에도 지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재생에너지 산업 자체로 보면 갈 길이 너무나 멀고 문제도 많습니다. 태양광 패널 폐기물 문제를 자꾸 지적하는데, 폐기물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요.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데요, 우리 국민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태양광 같은 경우 농사를 못 짓게 한다, 중금속이 엄청나게 나온다는 얘기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태양광은 기본적으로 유리재질이에요. 중금속이 없습니다. 나중에 깔끔하게 재활용이 가능해요. 독일 같은 경우 이미 태양광 산업생태계가 개발부터 폐기물 재활용까지 완벽하게 구축이 돼있어요. 한국도 이제는 5, 10년 지나면 못 쓰는 태양광,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광에 대한 재활용산업이 활성화될 겁니다. 이것 역시 또 하나의 부가가치산업이에요. 순환적 생태계가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태양광 시장과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할 텐데요.

"현재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아직 주민 인식이 수용성 면에서 높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정부도 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규제개혁이나 필요한 친 사업 규제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마련되면 재생에너지 발전 전망은 좋습니다. 우리보다 인구가 절반에 그치는 대만은 지금 5.4GW의 해상풍력을 계획하고 있거든요. 아시아 해상풍력의 메카가 되겠다고 하고 있어요. 자체 기술력이 약하니까 베스타스니 오스테드 등 경쟁력 있는 해외 기업들을 참여시켜서 추진 중이거든요. 우리나라도 해상풍력의 하부구조를 만드는 데는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있어요. 해저 케이블은 우리나라가 최고예요. 해외로 나가서 돈 버는 겁니다. 국내에도 시장을 만들어주고요.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잖아요. 또 해상풍력 같은 경우는 유지 관리하는데 일자리가 많이 필요해요. 대한민국의 제1의 경제과제가 일자리 창출 아닙니까. 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원보다 일자리가 훨씬 많이 나와요. 가령 단위 발전량 당 원전보다 10배 이상 많은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그렇다면 정부 내 통합 재생에너지 거버넌스나 컨트롤타워를 두어 집행력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는 나라가 성공합니다. 덴마크를 보면, 짧은 시간에 육상 풍력 다 하고 해상풍력까지 가서 전체 발전 용량의 70%를 넘어섰어요. 독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40%를 넘어섰습니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도 3000만 명 이상 많은 8200만 명이고 국토도 넓고 경제규모도 세계 4위잖아요. 그런 큰 나라도 재생에너지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어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다 보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잖아요. 덴마크의 경우 '원스톱샵'이라고 해서 에너지청을 만들어서 '자 모든 것을 다 가져와, 우리가 보고 원칙대로 해결해 준다'는 슬로건 아래 민원을 해결해 주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주민들한테 가서 머리 조아리며 지원금도 줘야 하고 엄청 피곤하거든요. 행정을 맡은 지자체에서는 마지막 주민 한 명까지 설득하고 와라 그러거든요. 이런 무책임한 행정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나라가 전반적으로 기업하기 힘든 환경으로 유명하지만 재생에너지 기업들에 국한해도 너무 심각합니다. 기업인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정말 피눈물 난다고 해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하면서 풍력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하거든요. 대통령이 나서서 그린뉴딜 선언했으니까 직접 '내가 해결하겠다'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농사도 짓고 태양광 수익도 벌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이런 게 새로운 농촌의 모습이라고 해야 합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산업을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까.

"저는 정치를 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정치 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어느 정권이나 국민들 눈치를 보지만, 현 정부는 좀 심한 거 같아요. 방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에너지전환정책, 이거야 말로 좌우의 문제가 아니고 앞쪽의 문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고, 부작용이 없진 않지만 환경적으로나 기후변화 차원에서나 산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충분히 기술적으로 발전 대안으로서 자격을 갖췄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분야예요. 그런데 그동안 이 정부가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OECD국가 중에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2019년 기준 4.5%로 꼴찌입니다. 이런 노력이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주민 수용성 문제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돌파해 나가야 합니다. 왜 원칙 없이 기업들 보고 해결해 오라고 합니까. 이건 정말 너무 가혹하거든요. 이렇게 해야 기후변화에 대응을 하면서 동시에 지역에 자금이 돌고 생산적인 활동이 늘어나고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도 올라가고 지역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컨트롤타워를 말씀하셨는데,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에너지위원회가 참여정부 때 설치됐다가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에너지위원회로 격하돼 있거든요.

"추진력을 가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부처간 칸막이가 우리나라는 특히 심합니다. 에너지는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이긴 하지만 실제 설치하는 과정에서는 환경부 국토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까지 다 관련돼 있거든요. 기재부는 위에서 '에헴'하고 보고 있는 거고, 거의 모든 부처가 관련돼 있어요. 이것을 하나의 컨트롤타워, 정말 힘이 실린 컨트롤타워가 있어서 각종 민원과 부처간 갈등, 예산충돌을 용광로처럼 녹여내 답을 좀 찾아내어 혁신적으로 시장을 키우면 좋겠어요. 제가 기업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많이 들어요. '정부보조금 필요치 않다. 정부 재정 지원 있으면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장을 확대해주는 것이다. 시장을 만들어 달라.'각종 민원과 비협조에 방해, 이런 것들을 좀 가지쳐달라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정말 열심히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무엇부터 바뀌어야 합니까?

"우선 전력시장이 바뀌어야 합니다. 판매시장도 개방돼야 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개입돼 있는데, 역시 중요한 건 정부 차원, 정권 차원의 의지입니다. 컨트롤타워가 문제를 전광석화처럼 녹여내서 돌파해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모습을 꼭 좀 보고 싶어요."



-정부 각종 위원회에 패널로 참여하지 않습니까.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지 않나요.

"전공 상 공공정책, 재정 같은 분야에서 과거 정부 때부터 많이 참여를 했어요. 연구와 교육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해왔는데, 불만족은 있지요. 말을 하고는 있는데, 수용이 되는 것도 있지만 수용이 안 되거나 심지어 반대로 가는 경우도 있어요. 현 정부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지만 계속 이야기는 합니다. 호소도 하고 얼마나 압박을 받는지 모르지만 압박도 합니다. 지속가능한 경제, 미래로 갈 수 있도록 하자고 하는데 어쨌든 잘 되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대규모 투자, 전기차 수소차 보급 확대, 고효율 빌딩 및 주택 보급, 에너지효율 산업 육성 등 2025년까지 73조원을 투자해 그린뉴딜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동력을 가질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요. 에너지 효율산업 같은 경우는 전부터 해온 사업이고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부 그린뉴딜정책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사실 놀라운 건 현 정부가 그린뉴딜정책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시키지 않을 뻔한 것을 아십니까? 원래 한국판뉴딜에 디지털뉴딜만 포함돼 있었어요. 지난 4월 달만 하더라도 그린뉴딜은 없었어요. 그런데 5월 초 국무회의에서 그린뉴딜 얘기가 나왔더라고요. 유럽은 이미 그린뉴딜을 10년 전부터 해왔던 거라, 그냥'그린딜'이라고 불러요. 새롭지 않다는 거지요. 이미 글로벌 메가트렌드고 기후변화시대 핵심 정책이고 비전이고 전략인데, 코로나 와중에 처음엔 안 하려고 했던 것이 실은 충격적이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한국판 뉴딜에 그린뉴딜이 포함됐고 이제 4개월 됐는데, 그 사이에 그린뉴딜과 관련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한국사회의 힘은 방향이 잡히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죠. 없다가 생겼는데 4개월 사이에 2025년까지 수십 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플랜까지 나왔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F학점이었다가 이제 A학점이 된 거지요. "

-기술개발 투자와 시장을 키우는 데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어요.

"그린뉴딜에 4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정, 일자리, 감축목표, 정책수단 네 가지가 필요한데, 지금은 코로나시대이고 기업,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어렵고 돈도 안 돌기 때문에 그린뉴딜을 통해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어요. 그러다보니 수 십 조원을 쓰고 4차 추경까지 하고 있는 건데, 겉은 그린뉴딜이지만 일자리 만드는 재정투입에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러다보니 애초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보자면 온실기체를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거나 재생에너지를 언제까지 얼마나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요. 이런 구체적 수치상의 방향성이 없으니까 시장에선 '한다고 하는데, 왜 석탄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어?'라는 의구심을 갖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포함돼야 하나요.

"가령, 전기차의 경우도 전기차 의무 판매제라든지 하는 혁신적인 규제를 도입해 자동차산업을 빨리 재편시킨다든지 하는 게 필요합니다. 기존 건물에 대한 에너지효율 제고 방안도 안 보입니다. 전력시장의 경우도 판매시장을 개방해서 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자유롭게 팔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RE100(Renewable Energy 100, 재생에너지 100이란 의미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의미) 때문에 수출 못한다고 걱정하고 있거든요. 심각해요. 이건 경제문제이고 산업문제입니다. 그래서 판매시장 개방해서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직접 재생에너지 전기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장기적으로 팔 수 있게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정부가 연구 검토하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그린뉴딜의 구체적 플랜이 곧 나올 텐데요.

"이렇게 가겠다는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시그널을 분명히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유차는 완전 퇴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거든요. 경유차의 천국이 한순간에 지옥이 되어버린 겁니다. 지금 국내는 너무 잘 팔려요. 저는 오래 전부터 경유에 환경세를 더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러면 표 떨어진다고 하니까. 우리나라 SUV가 600만 대 넘는데 그 대부분이 디젤이고요. 중산층들이 다 사용하고 있으니까. 우리 국민들도 조금 더 비용을부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을 그린뉴딜에 녹여내면 시그널이 확실하잖아요. 그러면 '아 이제 경유차는 안 되겠구나, 집 지을 때 단열에 더 신경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국민 속에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갖고 우리나라는 큰 숙제인데요, 어떻게 대비해 나가야 할까요.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정부에 그렇게 외쳐도 정부는 듣는 둥 마는 둥 했어요. 그런데 탄소국경세와 RE100, 이 두 가지에 대해서는 정부 관리들이 '우리가 책임을 맡고 있는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겠네'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어요. 공직사회에 그런 말이 돌고 있다고 해요. 결국은 정부를 움직이려면 경제부처의 경제논리로 대응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경제에 총책임을 지고 있는 기재부를 움직여야 합니다. 그린뉴딜의 총책임은 기재부고 정책수단을 다 갖고 있으니까요. 돈 쥐고 있지요, 조세, 금융까지 핵심은 다 갖고 있기 때문에 기재부가 움직여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나의 안전을 담보하려면 남의 안전도 담보돼야 한다는 연대의식이 강화된 것이 기후변화 대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겠습니까.

"코로나도 그렇고 기후변화도 그렇고 메시지는 동일하다고 봅니다. 나 혼자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지금 사람 간 공간적 시간적 거리가 너무 짧아졌어요. 결국 기후변화도 내가 잘못하면 남에게 피해를 주고 남이 화석연료를 막 쓰면 나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운명공동체로 엮이는 거죠. 코로나도 마찬가지죠.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내가 마스크 안 쓰고 걸리겠다고 하는데, 참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걸리는 건 자기 일이지만 남한테 피해를 주잖아요. 그런 면에서 한국사회는 바람직하다고 봐요. 서로 자율 규제가 되잖아요. 한국 국민이 자율규제와 연대의식이 상당히 앞서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거기에 가능성을 둡니다. 기후변화 문제도 이번에 54일간의 긴 장마를 겪으면서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될 줄 알았는데, 나만 부동산 많이 가지면 될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소용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자연재난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계층은 노동자, 농민, 소상공인 등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이거든요. 환경 재난에 이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호 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인데요.

"올해 장마와 코로나가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소득층은 이미 기후변화의 고통을 가장 크게 받고 있습니다. 한 국가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북남문제처럼, 상대적으로 선진국은 기술과 돈이 있기 때문에 피해갈 수 있고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그러나 못 사는 나라들은 돈도 없고 기술도 없기 때문에 피할 수 없어요. 또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들은 북남문제처럼 남반구에 몰려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도 기후변화 적응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피해의 강도와 정도가 소득 계층별로 지역별로 다릅니다. 해안지역 도서지역은 아무래도 피해가 크겠지요. 저소득층은 이걸 피해갈 수 있는 재원이 없기 때문에 피해에 바로 노출되죠. 돈 있는 사람들은 이사를 갈 수도 있고 에어컨 빵빵 틀 수 있고. 따라서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적응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감축정책 이상으로 적응정책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감축과 적응이 같이 가야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기후변화는 외부경제의 요소가 매우 크거든요. 사실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국가 순위로 보면 7위 또는 8위입니다. 순위는 높죠. 그러나 전 세계 비중을 보면 1.7%밖에 안 돼요. 빅3, 중국 미국 인도 세 나라가 50%이고 이들이 계속 배출하는 한 피해는 줄일 수 없어요. 그런데도 왜 우리가 줄여야 되느냐 하면, 전 세계가 한 생태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경제 규모가 전 세계 11, 12위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나라 1인당 배출 규모는 세계 평균의 두 배가 훨씬 넘어요.우리가 안 하겠다고 하면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같이 해야 하는데. 그러나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감축 못지않게 적응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 해안 지역은 위험에 처해 있어요. IPCC에 따르면 해수면이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요. 그 뿐 아니라 해수면이 따뜻해지고 있어요. 양식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적인 약자층이거든요. 이들에 대한 대책은 정부가 5개년 계획, 10개년 계획으로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봐요. "

-해안지역 외에 피해가 조기에 닥칠 지역은 또 어떤 곳입니까.

"특히 이번에 폭우가 발생했을 때 충청도와 전남, 지류 지천 농촌지역에 피해가 컸거든요. 중소도시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이들 지역의 호우를 어떻게 미연에 예방할 것인지 단기, 중장기적으로 대비하는 적응정책을 써야 합니다. 이런 데는 SOC 예산이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대책을 세우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고 소프트웨어적인 정책, 또 동시에 SOC 투자도 필요합니다."

-적응정책은 곧 산업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건 또 경제를 돌리는 거거든요. 새로운 산업과 사업이 발달되고 거기에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이런 식으로 사고를 복합적으로 해야 한다고 봐요. 산업 따로 환경 따로가 아니에요. 같이 가야 돼요. 융합 시너지를 발휘해야 합니다."

-2006년 스턴보고서가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GDP의 1%를 투자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걸로는 안 되겠네요.

"스턴보고서가 몇 년 전에 바뀌었어요. 1%로는 안 된다. 2% 써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것도 턱없죠. 2%로도 안 됩니다. 그래서 말의 향연으로 그치고 있는 거 아니냐는 회의감이 드는 겁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는 거지요. 계속 시민사회, 전문가, 언론과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힘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 말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정책은 그래도 평균 이상은 되지 않나요.

"글쎄요. 우리나라 경제규모나 재정동원 능력을 볼 때는 지금보다 더 적극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감축과 적응에 있어서 모두.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얼마 전 그러니까 2016년에 '기후악당'이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저는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지만. 2030년까지 온실기체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대부분의 국가들은 과거의 어느 한 해를 기준으로 절대량을 얼마만큼 줄이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예상되는 배출량 BAU를 기준으로 하거든요. BAU는 계속 바뀔 수 있어요. 목표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고 통합할 수 있는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지요. 단순히 기후변화만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고, 일정 정도 고통이 따르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훨씬 더 바람직한, 지속가능하면서도 일자리도 생기고 소득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지요. 또 실제로 그렇고요. EU 집행위원회의 폰 데어 라인엔 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어요. '우리의 그린딜은 기후정책이나 환경정책이 아니고 신성장전략(New Growth Strategy)이다"라고. 멋지지 않습니까. 우리도 이렇게 인식을 바꿔야 해요. 국민의 인식을 그런 식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그러면 상대적으로 성장을 좋아하는 보수정당의 협력을 보다 원활하게 이끌어낼 수 있잖아요. 환경과 삶의 질, 안전과 함께 하는 성장은 좋은 거거든요. 그것을 포용적 성장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방향으로 국가경제가 움직이고 한국사회가 통합되고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좀 진정성 있게 발휘되었으면 해요."

-전에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캠페인이 있었는데, 일반 시민들이 경제활동에서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어떤 게 있습니까.

"저는 책임 있는 소비, 착한 소비, 윤리적인 소비를 자주 말합니다. 내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받고 돈을 지불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기후변화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은 국민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지만 운전하는 과정, 출퇴근하는 과정에서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그 깨달음, 이 문제에서 우리가 한 명 한 명 책임이 있고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면 해결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 내 지갑에서 내가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실제 기후변화 대응과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인식 수준이 널리 공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실은 그것이 궁극적인 해법입니다. 그래야 소비자들에게 물건 팔아야 살 수 있는 기업들도 바뀌고 그 소비자들에게 표를 얻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정치인들도 바뀌기 때문이에요. 소비자들이 세금 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먹고사는 거 아닙니까. 사실은 그게 핵심이에요. 우리나라 국민의 기후변화 인식 수준은 소위 말하는 다른 선진국들, 유럽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보는 인식은 대단히 높아요. 탑이에요. 그런데 그것을 위해서 당신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느냐,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더라도 수용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저 밑이에요. 이 괴리, 물론 어디든 누구든 이런 괴리가 있어요.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이, 누차 말씀드리지만, 코로나나 기후변화나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상당한 반향을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나의 소비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점점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희망적이네요.

"우리 국민들의 큰 장점이 무얼 느끼면 빨리 바뀔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요즘 2030이 주식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에 점차 관심을 갖는 것을 보고 변화를 실감합니다. 앞으로 기업을 평가할 때 수익성 외에도 비재무적 요소, 환경·사회·지배구조는 제가 보기에 급속히 자리 잡을 거예요. 이건 이미 국제 자본시장에서는 노옴(norm, 표준)이에요. 해외에서는 상당히 확산이 돼 있어요. 한국에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점차 늘어날 겁니다. 기업들에게도 단순히 마케팅 전략이 아니에요, 생존전략입니다. 결국 이런 변화가 시장과 산업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는 거지요. 소비자들에게 당장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유인은 전력요금, 에너지가격을 정상화시키는 겁니다. 결정적인 하나의 정책입니다. 정부는 매우 무서워하더라고요. 요금을 올리면 뒤따를 후과를 두려워 하는데, 까놓고 솔직히 얘기해야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그래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어요. 또 자녀들도 새롭게 등장하는 산업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또 스타트업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최대 경제 과제는 일자리를 만드는 건데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이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 수 있습니까.

"에너지 분야에는 엄청난 기회들이 있어요.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WWF-Korea)의 시나리오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부문 일자리 창출을 전망했더니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67%로 확대할 경우 그 과정에서 2030년 15만4000여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2017년 기준 국내 자동차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인원이 49만명 정도로 추산되니까 상당한 규모이지요. 만약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100%로 가정하면 일자리 수는 2050년 50만명으로 증가합니다. 제가 있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출신 등 똑똑한 인재들이 많이 이 산업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더 키워야 돼요. 저는 경제학자로서 학생들에게 그럽니다. '환경과 경제를 같이 생각하는 인재를 배출하고 싶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다'고요. 학생들도 이제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인재가 미래의 인재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세계를 이끌 것이라 봐요. 소비자들에게도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한국 국민들은 금방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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