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영화 `빠바이`와 중국식 애국주의](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24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영화 `빠바이`와 중국식 애국주의")
'빠바이'는 '상하이 사행창고 보위전'(上海四行倉庫保衛戰)을 각색한 영화다. 사행창고 보위전은 제2차 상하이사변의 마지막 전투였다. 1937년 10월 26일부터 11월 1일에 걸쳐 국민당군과 일본군이 혈전을 벌였다.
1937년 7월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군은 빠르게 화북지역을 석권했다. 일본군은 상하이를 향해 남하했고 장제스(蔣介石)는 자신의 에이스 부대를 투입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전세는 국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장제스는 주력 부대가 포위·섬멸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위해 10월 26일 전 병력에 철수 명령을 하달했다. 동시에 사행창고를 최후진지로 삼아 병력 철수 시간을 벌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행창고는 4개의 은행이 공동으로 만든 창고라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콘크리트로 만든 6층 건물로 이 지역에선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국민혁명군 제88사단 제524연대 제1대대가 쑤저우허(蘇州河) 북단에 위치한 이 창고의 사수를 맡게됐다.
당초 병력은 800여명이었으나 상하이사변 과정에서 병력을 소모해 사행창고 전투가 개시될 때에는 410여명 정도로 줄어있었다. 중·일은 강폭이 50m에 불과한 쑤저우허를 사이에 두고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일본군은 건물 하나 쯤이면 3시간 정도면 점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셰진위안(謝晋元) 증령은 부하들과 함께 일본군 제 3사단과 육전대(해병대)의 파상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영화 `빠바이`와 중국식 애국주의](http://contents.dt.co.kr/images/202009/20200924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영화 `빠바이`와 중국식 애국주의")
강 한쪽은 참혹한 전장이었지만 다른 쪽은 열강들의 평화스런 조계지였다. 한쪽은 지옥인데 다른 쪽은 천당이었다. 조계지에서 사람들은 망원경으로 전투를 관람했다. 강 건너편 사람들은 중국인 병사들이 폭탄을 몸에 안고 자살공격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강 건너 전투에 속속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어갔다. 10월 28일 새벽 18세의 한 소녀가 쑤저우허를 헤엄쳐 총알이 빗발치는 사행창고로 들어왔다. 그리곤 가져온 청천백일기를 사행창고 옥상에 게양했다. 청천백일기가 나부끼고 있는 것을 보고 3만명이 넘는 군중이 강가에 모여 "중화민국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전사들의 사기는 한층 높아졌다.
일본군은 지상작전이 실패하자 굴착기로 사행창고 밑까지 터널을 파려고 했다. 하지만 강 건너 중국인들이 대형 벽보를 써서 일본군의 움직임을 알려주면서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10월 30일 일본군의 포화가 조계지로 퍼지는 것을 우려한 영국이 중재에 나섰다. 셰진위안 부대에게 조계지로 철수할 것을 제안했다. 11월 1일 새벽, 셰진위안 부대가 강을 건너 조계지로 철수하면서 전투는 끝이 났다.
중국에선 몇년 전부터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가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빠바이'처럼 국민당의 항일역사까지 흡수하면서 애국심 고양에 힘을 쏟는다. 중국판 람보 영화인 '전랑(戰狼) 2', 예멘 내전에서 중국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담은 '홍해행동'(紅海行動), 중국인이 멸망 위기의 지구를 구한다는 '유량지구'(流浪地球),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한 영화 '나와 나의 조국'(我和我的祖國) 등 애국주의 영화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애국주의 영화의 득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헌신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중국 의사'(中國 醫生)가 개봉되고, '빙설 장진호'(氷雪長津湖) 등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 소재 영화도 대거 제작된다.
미국과의 갈등이 격해지고 코로나19로 민심까지 흉흉해지자 중국 지도부는 내부결속을 한층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애국심 고조는 필수이고, 영화는 애국심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영화 속 영웅들의 활약에 중국인들은 열광하고 국가에 대한 자부심은 높아진다. 동시에 우려감도 높아진다. 맹목적 애국주의가 얼마나 큰 비극을 가져왔는지 우리는 잘 알고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도 애국주의 열풍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중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애국주의'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은 이제 분명해졌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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