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리 기안자금 2.4兆 받아
정부 정책 반하는 인력조정 험난
혈세 투입해도 경영정상화 미지수
"산은, 재매각 차익 노리나" 지적도
정부 정책 반하는 인력조정 험난
혈세 투입해도 경영정상화 미지수
"산은, 재매각 차익 노리나" 지적도
연합뉴스
10개월 간 지루한 대치 상황을 이어가던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간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이 결국 무산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간다.
채권단은 구조조정과 감자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체질을 개선하고 이르면 내년 재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산은 등 채권단은 정부 입장을 고려 인력 구조조정은 최대한 미루는 모습이다. 경제 논리보다 정치논리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과연 기간 산업의 부실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20년 넘게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때와 마찬가지로 산은이 정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항공시장마저 망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 기안자금 2.4조원 지원…"인력조정 검토 안해"= 13일 업계에 따르면 산은 등 채권단은 2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시작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본격 실행한다. 채권단은 금융채무 상환 대비용으로 2조1000억원, 유동성 부족자금 3000억원으로 각각 나눠 이 기금을 활용한다. 이후 '구조조정+주주감자+채무탕감' 패키지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2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291.3%, 자본잠식률은 49.8%로 전년 동기(1386.7%, 18.6%)보다 급증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보유한 영구채(8000억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해 아시아나항공을 일시 국유화 한 뒤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채권단은 37%의 지분을 확보해 1대 주주가 된다.
채권단은 인력 구조조정과 대주주 감자는 현 단계에서는 검토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내년 이후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으로 구조조정을 할 가능성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당장은 자회사 매각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 2년이 지나야 여객수요가 정상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 뿐 아니라 계열사를 인수할 만한 업체를 찾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항공사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국제선 이용 여객 수는 8월 말 기준 전년 동기보다 97% 급감한 상황이고, IATA(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순손실이 843억 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2년 뒤에야 시장이 예년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적기' 놓친 산은…아시아나, 제2의 대우조선 될까= 업계에서는 기안자금 투입으로 당장 급한 불은 막겠지만, 이후 제2의 대우조선처럼 '밑빠진 독에 혈세 붓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단 오는 2022년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아시아나에 대한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으로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 역시 당장은 임직원 순환휴직과 유급휴직 등 자구노력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는 만큼 현재 인력 구조조정은 큰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객 수요 부진이 내년까지 계속될 경우 노조 측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기안자금까지 받은 판국에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한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와중에 경영 정상화와 재매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산은이 과거 대우조선때 처럼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차라리 산은이 기안자금 등 현산 측에 최대한의 지원을 해서라도 매각을 성사시키는게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전에도 적자를 냈던 아시아나의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당장 2조원 이상의 손해를 보더라도 민간기업이 시장논리에 따라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2016년부터 2년 간 2000억원대 중반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뒀던 아시아나는 2018년 200억원대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해 작년에는 443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관광객 급감 등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해 대한항공이 25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비교가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부실을 산은이 정상화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였던 산은은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때마다 무능한 감독과 관리로 대우조선의 부실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산은은 대우조선이 2001년 8월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하면서 매각 골든타임을 얻었지만, 단기 수주 호조에 욕심을 내면서 협상을 미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조선업 시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결국 대우조선에 20년 동안 20조원 안팎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업계 일부에서는 산은 측이 정몽규 현산 회장의 재실사 제안을 끝까지 거부하면서 총수 간 면담 내용을 언론 등에 간접적으로 전하는 등의 행위로 상대방의 신뢰를 떨어뜨려 '노딜'을 유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때처럼 항공시장 반등에 따른 재매각 차익 실현만 신경을 쓴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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