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두 쪽으로 쪼개진 한국사회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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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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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두 쪽으로 쪼개진 한국사회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양분화된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 일반 국민이 그러한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집권당의 모든 정책들이 인기영합주의에 물들어 가면서 표가 많은 곳에는 어떠한 정책도 통한다는 허황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필자는 지난 40년동안 서울대학교에서 시장경제론과 한국경제론을 강의하여 왔다. 한국경제는 1945년 일제 식민지에서 독립하여 남북 분단과 6.25 전쟁을 겪는 민족적 비극을 겪었다. 남북한이 비록 체제는 달리해왔지만, 절대빈곤을 벗어나 나름대로 발전해온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남북한 발전의 공통분모는 두 가지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었다. 그 하나는 일제가 물러나고 농지개혁으로 지주세력이 붕괴하면서 남북한이 다같이 빈부의 격차가 심하지 않은 동질적 사회로 출발하였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 요인은 남북한 체제가 전부 과학발전 중심의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의존하는 발전모델을 채택해왔다는 것이다. 남북 분단 당시의 통계를 보면 인구와 농업 기반은 남한이 앞서 있었고 광공업 기반은 북한이 앞서 있었다. 북한도 초기에는 사회주의식 공교육 제도와 의료복지 시스템의 확산에 주력하였고 영국의 로빈슨 (Robinson)교수는 1960년대 북한을 방문한 후 이상적인 사회주의의 개발도상국으로 발전하고 있다고까지 평가한 바 있다.

남북한이 공통적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한 시점을 1960년대 초라고 보면 이제 60년이 지나고 있다. 60 년동안 북한은 북한식 소위 교조적 또는 자주적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해왔다. 북한경제의 발전은 한때 1970년대 초까지 남한의 발전보다 앞섰던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일단 사회주의경제의 발전동인이었던 자본의 축적이 소진되고 축적된 자본마저 군사적 목적 이외의 상업용 사용이 제한되면서 북한식 발전은 멈추게 된다. 이후 북한은 1990 년대 후반에는 소련, 중국으로부터의 원조 감소로 사실상 약 4년 동안 소위 '고난의 행군'을 맞이하게 된다. 박경 숙교수(2010)는 북한의 1993년 인구센서스와 2008 년인구센서스를 이용하여 고난의 행군 기간의 아사자 수를 34 만명으로 추계한바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학의 루카스(Lucas) 교수는 남한의 1960~1990년 30년간의 경제성장을 거의 동일한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출발한 필리핀 경제와 대비하였다. 그의 결론으로는 남한 경제발전의 '기적' (miracle)은 남한이 보유한 유일한 자원인 인적자본의 지속적인 개발과 경제의 각 분야에서 정부와 민간 부문이 합심하여 인적자본을 활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하였다. World Bank 등의 국제기관에서 추계한 남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보면 북한의 1 인당 국민소득은 남한의 1/10 내지는 1/15로 추계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1 인당 소득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무엇이 이와 같은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 내었는 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은 남북한 간에는 인적자본을 육성하는 시스템과 인적자본을 활용하는 시스템에 현격한 격차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한의 인적자본이 북한의 인적자본보다 월등하게 빠른 속도로 축적되고 산업현장은 물론 교육, 의료, 예술 등 사회의 전분야에 걸쳐 눈부신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경쟁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강조해온 사회적 신인이라는 자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총선으로 절대 다수의 집권당이 탄생하면서 만들어내는 법안들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를 양분화된 구조로 몰아가고 있다. 나의 제자들이 교과서에서 배워온 건국과 한국전쟁의 영웅들을 하루 아침에 친일세력과 반일세력으로 양분하고 있다. 부동산정책은 평생을 모아 집 한 채 가진 대부분의 가정을 잠재적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몰아세우면서 집 가진 자와 집 없는 자로 양분하고 있다.

집이 없어 임대할 수 밖에 없는 노약자, 젊은세대, 실패한 자영업자들의 임대차 계약에 정부 마음대로 개입하고 통제하는 입법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을 적대적 세력으로 양분하고 있다. 방역에 동원되어 사활의 현장에 매달려있는 의료진들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의료개혁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의료계마저 일반의료와 공공의료로, 도시의료와 지방의료로 양분화 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공공의대 입학을 지방자치단체장 시민운동계의 추천에 의존하겠다는 신종 음서제까지 도입하겠다고 한다. 의과대학생들의 자존심은 아랑곳없이 의대생을 경쟁 입학생과 비경쟁 입학생으로 양분하겠다는 발상이다. 그야말로 한국의 경제사회를 지탱해온 자유로운 경쟁속의 인적자본 축적구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정책을 무소불위로 입안하고 속전속결로 입법화하고있다.

정부와 집권당은 이와 같은 이분법적 정책의 입안과 입법이 기본적으로 동질적 사회로 출발했던 한국 사회를 어떠한 사회구조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과거에는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도 집권당의 요구에 맞서 소금의 역할을 했던 야당과 관료사회가 존재해왔다. 그것이 한국에게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완수라는 두 가지 기적을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는 명예를 안겨 주었었다. 지금 대다수 국민은 집권당이 20년 이상 계속 집권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야당과 관료사회가 다시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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