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철 칼럼] 세법이 형법인가

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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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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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철 칼럼] 세법이 형법인가
장영철 前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요즈음 문 정부의 징벌적인 부동산 세금정책을 보면서 공자님이 일찍이 한탄하신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가혹한 정치'라는 말이 생각난다. 지금은 호랑이가 거의 멸종된 상태이지만 예전에는 호랑이가 많아 두메 산골에서는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고 한다. 호랑이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라는 권유를 거부하면서 그 이유로 호랑이가 무섭기는 하지만 세금을 마구 거두어가는 정치권력이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하니 인류역사에서 세금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위협하였는 지 전제정치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과거 왕조국가에서는 국민에게 과도하게 세금 및 부담금을 부과하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 백성들의 민란을 유발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왕조까지 멸망되었던 사례가 제법 많다. 근대에 들어와서야 '국민의 대표없이는 과세없다'는 조세볍률주의 원칙이 정립되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왕의 자의적인 세금부과를 견제하여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의 틀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주택을 2채 이상 갖거나 고가의 1주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들을 모두 투기꾼으로 취급하고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대책을 남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 정부의 고위정책당국자가 부동산 중과세 조치는 '전 국민의 0.4%인 다주택자' 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1주택자는 피해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하였다고 하는데 국민의 0.4%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대상이라는 뉘앙스가 깔린 영락없는 국민 편 가르기 모습이다.

집 있는 사람에 대한 이러한 징벌적 조치를 집없는 사람이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 하에 취한 일련의 반시장적 대책은 마치 돈키호테가 풍차를 적으로 착각하고 돌진하는 식과 같은 비현실적 무모함을 보인 것이고 이를 한 번도 아니고 무려 23번이나 보였음에도 집 값 상승은 막는데 실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경실련조차 문 정부 출범 3년만에 집 값은 이미 52%나 올랐다고 비판한 바 있다.

더구나 다주택자에게 각종 혜택을 제시하면서 등록을 적극 권장한 장기임대 사업자제도가 이제는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낙인찍으면서 당초 약속한 혜택을 유예기간도 주지 않고 없애는 무모함으로 정부의 신뢰는 추락하였고 지난 정부가 이러한 제도를 만드는 바람에 집값이 상승되었다고 주장하기까지도 한다. 한편 소득이 있을 때마다 한 두푼 모으고 대출까지 받아 집 한 채를 사서 몇 십년간 살면서 투기 의사가 전혀 없음을 입증한 사람도 본인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집값이 오르면서 고가주택 보유자가 되어 계산상으로만 오른 집값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재산세, 종부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내어야 하는 폭탄을 맞았다. 현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시장의 수급원리를 무시한 반시장적 대책으로 일관하다가 집값을 올려놓고는 그 책임을 국민에게 뒤집어 씌우는 꼴이다.

공자님이 사시던 호랑이 시절에는 요행히 호랑이를 피하는 수도 제법 있었겠지만 21세기 IT강국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모든 거래내역이 샅샅이 기록되기 때문에 이런 행운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집 가진게 죄' 가 되면서 애써 모아 놓은 사유재산이 권력자 마음대로 세금으로 징수되는 재난을 맞게 되었다. 세법이 마치 형법이 된 느낌이며 '집 주인도 국민' 이라는 항의가 나올 법도 하다.

문제는 이렇게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사실상 침해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는 토론조차 없이 통과시키는 통법부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징벌적 부동산 세금 중과는 결국 조세형평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무주택자에게 전가되면서 부동산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낳게 된다. 게다가 임차인을 보호한다면서 임대차시장에 국가가 계약당사자의 계약체결권, 가격결정권까지 침해하는 등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대책을 시행하면서 시장의 보복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임대물량이 급감하면서 임대가격 상승은 물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무모한 부동산대책으로 다주택자든 1주택자든 무주택자든 세금폭탄의 피해를 입고 있고 평생 무주택자로 살지도 모른다는 국민의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공포의 집사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시장붕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여 서로 싸우게 하는 정책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리끼리 싸우다가 자칫 지나가던 중국 어부가 횡재하는 일이 우리 역사에서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나라는 니꺼가 아니고 국민꺼' 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통합시켜 제2의 도약을 준비할 때가 왔고 이 사명을 한시적 정권이 더 이상 거스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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