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제공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는 우리나라 발사체 기술 역량 강화에 커다란 전기가 될 것이다. 액체연료 중심에서 고체연료와 이를 혼합한 액체+고체 연료 등으로 다변화할 수 있어 발사체 목적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
고정환(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난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른 고체연료 사용제한 해제가 우리나라 우주 발사체 개발에 가져올 긍정적 변화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 본부장은 발사체 분야의 전문가로, 2002년 액체추진 과학로켓 'KSR-Ⅲ'와 2013년 '나로호'의 개발 주역이다. 현재는 내년 2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90년대에 고체엔진을 장착한 과학로켓 KSR-Ⅰ, KSR-Ⅱ의 성공 발사 경험을 갖고 있어 고체연료에 대한 기반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면서 "고체연료 사용제한이 풀리면서 고체연료를 활용한 '고체 부스터' 개발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3년 6월과 9월 고체추진 과학로켓 KSR-Ⅰ에 이어 1998년 고체추진 과학로켓 KSR-Ⅱ를 성공적으로 발사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나로호 발사체의 2단 역시 고체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2022년부터 착수 예정인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성능 개선을 위한 후속 사업에 고체연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누리호의 발사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달 중으로 '누리호 후속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예타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부터 2029년 '개량형 누리호' 발사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고 본부장은 "고체연료 로켓은 액체연료보다 높은 추진력을 낼 수 있어 수십 톤에 달하는 무거운 위성과 여러 대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고, 발사체의 추진력을 높이는 '보조 부스터'로 고체연료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발사체 개발에 있어 고체연료는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우주 발사체 개발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로호는 1단에 액체연료, 2단에는 고체 부스터를 장착해 추진력을 높였다. 현재 상용 발사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아리안5 발사체'는 고체연료 2대를 2단 액체엔진에 붙여 사용하고 있으며, 새로 개발하고 있는 '아리안6 발사체'도 고체 부스터 2개, 4개를 장착할 수 있는 모델로 제작될 예정이다.
일본이 개발하고 있는 'H3' 발사체도 고체 연료를 2∼4대를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등 발사체 선진국들은 고체연료를 활용한 부스터 개발을 통해 발사체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메인 엔진의 추력이 충분하고, 케로신을 연료로 하는 우주 발사체는 별도로 고체 연료를 쓰지 않고 있다.
고 본부장은 "고체연료 사용은 우리나라 최초로 추진되고 있는 달탐사를 위한 달궤도선 발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우주 탐사는 물론 대북감시에 필수적인 정찰위성 발사, 군사용 미사일 개발 등에도 많은 분야에서 유용한 발사체 연료로 쓰일 전망"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당장 누리호에는 고체연료를 적용하지 않고, 액체연료를 그대로 활용할 것"이라며 "고체연료를 우주 발사체에 적용하려면 설계부터 제작, 시험, 인증 등의 전 과정에 연구개발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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