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지구가 뜨거워지니 바이러스亂이 시작됐다

박영서 논설위원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박영서 칼럼] 지구가 뜨거워지니 바이러스亂이 시작됐다
박영서 논설위원
지난 1월초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은 1만5000년 전에 형성된 티베트 고원 빙하에서 고대 바이러스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얼음 속에서 33가지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이중 28개는 미지의 바이러스였다. 이 바이러스들은 빙하기 때 만년설에 갇혀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는 최장 10만년까지 무생물 상태로 빙하 속에서 동면이 가능하다고 한다. 빙하의 얼음이 녹으면서 이런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져나가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지난 2016년에 있었다. 그해 시베리아 아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 탄저균이 퍼지면서 12세 목동이 죽고 96명이 입원했다. 순록 2300여 마리도 떼죽음을 당했다. 러시아에서 탄저균이 발견된 것은 1941년 이후 75년 만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테러나 적국의 의도적인 실험에 따른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영구동토가 녹아 발생한 참사였다.

그해 시베리아엔 35도가 넘는 열파가 왔었다. 이상고온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 죽은 순록의 사체 속에 있었던 탄저균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 것이었다. 러시아 학자에 따르면 탄저균 포자는 영구동토 속에서 2500년은 산다고 한다.

빙하는 계속 녹고 영구동토는 감소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효율과 이익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글로벌 경제의 폐해 탓이다. 산업화가 진행된 1880년 이후 지구 온도는 이미 0.8도 이상 증가했다. 지금과 같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 2100년까지 기온이 약 3~5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려스런 점은 지구온난화가 고대의 바이러스를 부활시킬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가 번성하는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바이러스나 세균은 언제든지 우리와 접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하면 면역력이 없는 인간은 치명적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바이러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둥지에서 끌어내고 있는 것이 나쁜 것이다.

바이러스는 환경 파괴로 인해 난민(難民)이 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원시림 파괴와 난개발이 거듭되고 있다. 인간은 지금까지 발 디딘 적이 없었던 장소까지 생활권을 넓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동물은 점점 멸종해가고 그 동물 속에서 서식하고 있던 바이러스, 그리고 얼음 속에 갇혀있던 바이러스는 다른 어딘가로의 이주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바이러스들은 새로운 숙주로 인간을 주목했다. 인간은 수를 계속 늘리고 있는데다. 세계 각지로 이동해 수많은 접촉을 한다. 바이러스에게 이보다 더 이상적인 안식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해도 바이러스 문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다른 바이러스들이 등장할 것이고 팬데믹은 앞으로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다. 인류 가운데 가장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저임금 노동자다. 노동 현장에 있는 이들은 쉽게 감염 리스크에 노출된다. 감염되면 고액의 의료비가 청구된다.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

이들에겐 바이러스는 평등하지 않다. 미국의 예가 그렇다.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흑인과 히스패닉이 백인에 비해 3배 이상 코로나19 피해를 입고 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미국의 속살이다.

우리는 환경을 착취한 나머지 너무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문명의 지속 가능성까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이것을 이른바 '이노베이션'에 의해서 극복하는 것은 쉽지않다. 이제 본격적으로 코로나 이후의 가치관을 구상해야 한다.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가치관, 세계관이 필요하다. 일단 생활방식부터 바꿔나가면서 새로운 문을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민으로 변한 바이러스가 차례차례 우리 몸 속으로 이주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