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원격의료 도입 채찍질… 지금이 한국경제 살릴 골든타임"

최첨단 ICT·선진의료 기술력 갖춘 한국, 글로벌 비대면 의료 주도 가능해
규제장벽·의료계 기득권 집단 이기주의로 4차산업혁명 혁신 속도 더뎌져
갈등 풀고 경쟁력 강화 공감대 만들길… 코로나 치료제·백신 조급증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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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원격의료 도입 채찍질… 지금이 한국경제 살릴 골든타임"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박동욱기자 fufus@


데스크가 묻는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코로나19가 역설적이게도 4차산업혁명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원격의료를 비롯해 디지털헬스케어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그동안 미적거리고 있던 우리에게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맏형이자 국내 1세대 유전체 분석기업인 마크로젠 창업자인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코로나19가 심각한 '혁신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큰 채찍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회장은 한국경제가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전통 제조산업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지만, 4차산업 혁명 시대로 급변하는 대전환기에서, 달콤한 늪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히려 디지털혁신에서 속도감 있게 질주하고 있는 동안, 한국은 높은 규제장벽과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로 혁신의 언저리에서 멈칫멈칫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의료·바이오 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쪽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디지털헬스케어 시대로의 변신을 재촉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의료계, 기존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를 만성화된 '동맥경화'에 걸린 한국경제에 하늘이 준 마지막 '골든타임 신호'라고 정의했다. 이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 우리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서 회장은 경고했다.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마크로젠 사옥에서 서 회장을 만나, 코로나19 시대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와 새로운 기회를 들어왔다. 또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동향과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 과제도 들어봤다.



대담 = 최경섭 ICT과학부 부장



서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를, '감염병에 의한 전지구적 도발'로 정의했다. 그는 "인간은 지난 1920년대, 코로나와의 생존을 건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감염병에서 승리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종 바이러스로 엄청난 공격을 받으면서, 수세에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페니실린'이라는 압도적 치료제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페니실린 덕분에 인간은 감염증 전쟁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지금은 엄청난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가 인간을 압도하고 있다"면서 "감염병 전쟁에서 승리한 인간은 그 이후 당뇨, 암, 고혈압 등 만성병과의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갑자기 코로나19로 뒤통수를 맞으면서, 다시 감염병과의 전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도 큰 지각변동을 가져올 전망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의료계에도 당장 원격의료, 정밀의학 등 새로운 형태의 의료 혁신 과제들이 공론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코로나 시대를 경험하면서 일반인은 물론 의료계, 바이오 업계에 "원격의료, 데이터 의료시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를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의학 시대로의 전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서 회장은 "코로나 시대에는 정밀의학으로 가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가 없다"면서 "우리가 4차산업혁명 시대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동안 미적되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전 인류가 가속페달을 밟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언택트(비대면) 시대로 전환하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인간사적으로 볼때 그 어느때 보다도 변화와 혁신의 채찍질을 더 재촉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정의했다. 특히 원격의료도 최근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이 커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지만, 결국은 수많은 국민들이 원격의료를 경험하고 그 효용성을 체감하면서, 제도화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서 회장은 정부가 긴 호흡을 가지고 의료계를 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래에 또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에 대비해, 정부가 의사협회와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에는 양측 모두 불신으로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연출하고 있는 의사협회 회장과 복지부 장관이 서로 사이 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우선 중요하다"면서 "의협에서도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국민들의 신뢰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서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협조하면서, 미래 의료시장인 디지털의료 시대로의 전환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정부가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은 디지털의료 시대로 갈 것이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와 데이터, 선진 의료기술이 접목된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자율차, 반도체에 이어 3번째로 바이오헬스를 전략 산업으로 잡은 것은 잘한 부문이다. 이를 좀더 밀어주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부분이 다소 아쉽긴 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국은 최첨단 ICT 기술과 선진 의료기술력을 갖춘 의료 강국으로, 제도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이를 잘 접목하면, 미국, 유럽을 단시간내에 따라잡고, 최근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의 격차도 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방향성과 속도다.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육성을 위한 방향성은 잘 잡았지만, 결과적으로 속도가 너무 느린게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서 회장은 "정부가 최근 방향성은 잘 잡았지만, 너무 속도가 느리다.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에 미적미적 대면서, 결국에는 의사나 기존 제도권 세력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작 정부가 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시각이 많다"고 질타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주체가 돼야 할 의사들이 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것도 큰 난제다. 그는 "정부가 의사들을 서포트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은 개업의들과 대립각에 서 있는게 현실이다"면서 "정부와 의료계가 공조를 해서 '맞춤의학'으로 속도를 붙여가면 한국은 산업적으로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고 주문했다. 이어 서 회장은 "정부가 훌륭한 코로나 방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 명성을 확인한 부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정부와 의료계와 잘 조율할 경우, 디지털헬스케어, 맞춤의학, 비대면 진료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확보하고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의료계, 제약·바이오 기업 모두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서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나 개인들이 치료제 및 백신개발 사업에 너무 조급증을 내지 말것을 촉구했다. 그는 "어떤 정책을 펼칠 때, 중요한 것은 팩트와 전체적인 실상을 보는 것이다"면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언제까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제시했다. 특히 그는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맞춰야 하는 만큼, 만병통치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을 10만명이 접종하면, 그 중 한 명 정도가 문제 생기는 것은 괜찮은 백신으로 분류되지만, 이를 한국인 5000만명에 주사할 경우, 500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개발과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는 생산량을 단기간에 확대하는 것도 과제다. 서 회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백신이 1000만도즈 정도가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미국에서만 3억2000만명의 인구에 2번 이상을 주입해야 한다"면서 "기존 백신생산 방법, 즉 약독화, 사멸화 시키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된다. 바이러스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 백신 제조방식과 전혀 다른 형태의 제조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형태의 DNA, RNA 방식의 백신 생산방식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들 방식으로 백신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개발하는데 문제가 없는데,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것이다. 가격설정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개당 10달러 선에서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데, 대규모의 투자비를 들여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이 이를 낮은 가격대에 공급하려 할지도 의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때, 우리나라가 코로나시대에 가장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서 회장은 재차 역설했다. 그는 "한국에 기회가 분명히 있다. 한국은 신속한 테스트(검사)와 추적, 격리라는 대응 방식을 통해 코로나19시대에 성공모델을 제시했다"면서 "이같은 성공모델을 저렴한 가격에 제3세계인 인도, 아시아국가들에 도와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실제 마크로젠의 경우, 실시간 유전자 증폭 방식(RT-PCR) 방식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자체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한국계 미국기업으로는 최초로 소마젠(마크로젠이 2004년 미국 현지에 설립한 유전체 분석기업)이 미국 코로나19 LDT 서비스 허가를 획득했다. LDT 서비스는 CLIA Lab 인증을 받은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진단검사 서비스다. 이르면 미국 대형병원 등을 통해 LDT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무역협회를 통한 'K-방역 패키지 상품'으로 마크로젠의 현장 검사 시스템이 전세계로 수출될 전망이다. 이는 국내 최초로 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현장검사 시스템 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서 회장은 2, 3차 대유행에 대해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코로나19 2차 웨이브가 연말 근처에서 빠르면 9월말, 10월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그걸 생각해야하는데, 지금은 백신에 의존해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형국이다. 백신에만 목매고, 백신이 무조건 나온다고 믿어서만은 안 된다"고 주문했다. 치료제 , 백신개발에 올인하기보다는 곧 다가올 2, 3차 유행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빨리 개발된 백신이 볼거리 백신인데, 이들 제품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코로나는 이보다 더 급하니까 그것의 절반으로 기간을 단축한다고 해도 1년 반 정도의 시간은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만이라도 제대로 효과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질병을 예측하는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바로 원격의료다"면서 "특히 원격의료는 의료비를 굉장히 절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의료혁명에서 원격의료는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원격의료의 당사자이기도 한 의료인들의 인식부터 바꾸는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존 의료진들이 원격으료를 반대해 왔던 것은 이것이 남용됐을 때 생기는 문제들 때문이다. 전화 진료를 부정확하게 했을 때의 책임 소재 문제나 의사가 아닌 사람이 진료를 진행할 가능성과 위험성 때문에 반대했던 것이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원격의료가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정부가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하면 괜찮겠다'라고 생각하는 의료진들이 많이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해보고 나서 일어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의사들과 원격의료 문제를 좀더 긴밀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얘기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미래 의료인 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의료에서 주목해야할 흐름은 글로벌라이제이션, 기술주도, 노인인구의 증가 등이다"면서 "당장,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가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정말 중요한 것은 노인인구의 증가. 인류수명의 연장이 지속되면서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의료비가 예산의 18~19%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2030년에는 37%, 2060년대에는 50%를 넘어 결국 국가적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이같은 의료비부담을 10분의 1로 절감시키려면 한가지 방법 밖에 없다. 정보를 기반으로 질환을 예측해서 병을 피해갈수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서 회장은 현재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속도에서는 문제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오는 산업이다. 바이오를 연구개발(R&D)로 생각해서 실험해 보는 수준의 정책을 펴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민간쪽에서 주도해나갈 수 있게 해주고, 대신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만들어 이에 못미치는 기업들을 철저하게 응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통과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속도감을 갖고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리 =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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