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인국공사태는 `이념찬스`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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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인국공사태는 `이념찬스`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우리사회 진정한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지난 2014년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연상케 하는 질문이다. 2020년 7월 새삼 주목 받은 것은 세칭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때문이다. 사태는 공사가 지난 6월로 계약이 종료된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공사는 보안검색요원 1900여명과 야생동물통제 분야 24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시설분야 등 비정규직 7600여명은 3개 전문 자회사가 고용하도록 할 계획을 밝혔다.

공사의 정규직 노조가 우선 반대하고, 이에 취업을 준비하던 수십만 청년, '취준생'들이 공감하면서 인국공 사태는 순식간에 사회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지난 5일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8만6920명이 공감했고 온라인에서는 '부러진 펜' 사진을 공유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태 발전의 소용돌이 매순간 순간에 던져진 질문이 바로 '공정이란 무엇인가'이다. '인국공 사태'의 본질을 꿰는 질문이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본질적 가치와 같은지 다른지를 묻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현 정권의 '공정가치'의 첫 실천이었다. 2017년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앤다"며 "공공기업의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다. 당선 확정 3일 만의 첫 공식 행사, 첫 선언이었다.

상징적 의미가 큰 만큼 공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작업이 곧바로 대대적으로 이듬해 2018년까지 진행됐다. 아쉽게도 부작용이 첫해 바로 나왔다. 2018년 인국공 협력업체 6곳에서 14건의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협력업체 한 간부는 조카 4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2018년 3월 무기 계약직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재직자의 가족과 친·인척109명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세습',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공공기업의 대대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은 슬그머니 공론(公論)에서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 조금 잊혀질만하니 다시 불거진 게 인국공 사태다. 현 정부의 공정에 대한 근본적 회의에 당연히 현 정권 실세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정규직이 된다고 해도 대우는 다른 직군과 차이가 있다", "기존의 채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가짜뉴스'"라는 논리로 정부를 옹호하고 나섰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 가량 임 금을 더 받는 건 불공정"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사회 비정규직 문제는 참 아픈 상처다. 오랜 공채 문화 속에 대기업과 비대기업으로 양분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낳은 고질(痼疾)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는 "스펙이 대학의 전부가 아니라면서 왜 보안검색의 경력은 그저 하찮게 보느냐"는 스스로 보안요원이라 밝힌 이의 글도 눈에 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바닥 뒤집듯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분명 정답은 아니다. 불공정을 또 다른 불공정으로 대체해 문제만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더욱이 현 정부의 방침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유지해오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노력의 대가'라는 자유시장주의의 가치다. '어떤 누구라도 한 개인이 스스로 타고난 차이를 극복해 일정 기준 이상의 결과를 내놓으면, 그 결과에 대한 대가는 항상 같아야 한다'는 대명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명제를 정의로 알고, 그 것을 이루려 노력해왔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의 '아빠찬스'나 '엄마찬스'가 극혐(極嫌)의 비난을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또 '펜을 부러뜨리는' 청년들의 질문에 기성세대가 호응을 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들의 질문이 그저 취업 준비에 지쳐 불거진 불만정도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함께 답을 찾아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박선호 편집국장 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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