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매출채권명 변경 확인 의무 방기
NH투자증권 대표 "사무관리회사,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 변경"
사무관리사 검증절차 부실 악용…"보수 2배 늘려야"
NH투자증권 대표 "사무관리회사,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 변경"
사무관리사 검증절차 부실 악용…"보수 2배 늘려야"
[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옵티머스펀드' 사기 사건이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판매사뿐 아니라 수탁기관에 대한 책임론도 비등하다. 단순한 금융사기를 넘어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번지고 있는 옵티머스 사태 책임 공방에도 수탁기관들이 '슈퍼 을'이란 점을 앞세워 항변만 내놓고 있어서다. 근시안에다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수탁기관의 상호 견제 부재'가 지목되면서 하나은행(수탁은행)과 예탁결제원(사무관리회사)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예탁결제원의 경우 옵티머스 펀드자산명세서를 작성하면서 펀드 자산에 편입된 대부업체 등의 채권을 공기업 채권으로 기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펀드명세서는 해당 펀드에 어떤 자산이 편입돼 있고 현재 평가액이 얼마인지 등을 기재한 서류다. 예탁결제원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최근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를 받게 된 배경이다.
환매가 연기된 옵티머스 펀드의 약관상 편입자산은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와 관련한 매출채권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편입자산은 전부 5개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옵티머스운용의 지시에 따라 매출채권명을 변경한 건 예탁결제원이다. 판매사들은 이 과정에서 예탁결제원 차원의 별다른 검증절자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판매사 대부분이 모든 운용사에 운용내력 증빙자료를 요구했고 옵티머스 역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와 양도통지 도달확인보고서를 제공했다"며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도 펀드명세서 내역과 위 자료를 대조해 실제 운용내역이 맞는지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탁결제원이 검증 없이 운용사 지시에 따라 매출채권명을 변경해 내역을 입력한 탓에 판매사들이 실제와 달리 입력된 펀드명세서 내역을 보고 확인했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옵티머스펀드 판매 규모가 컸던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이사는 지난달 24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긴급 자체조사를 통해 관련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가 위조된 사실, 은행이 펀드 자산에 애초 제안된 내용과 달리 비상장기업 사모사채가 편입된 사실,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이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해 펀드명세서에 등록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 손해배상에 운용사와 판매사, 신탁사, 채권평가사, 일반사무관리사는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귀책사유시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조항(185조)이 있다. 하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다.
예탁결제원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사기업 사태와 달리 구체적 명칭이 없어 통상 종목명은 운용사가 만든다"며 "등록 역할만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무관리사는 대행 계약에 의한 기준가 계산을 하는 보조업무에 그친다"는 예탁원의 항변이 이어지고 있지만 펀드명세서 작성과정에서 최소한의 확인조차 소홀했다는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무관리사업 자체가 원래 돈 되는 비즈니스 자체도 아니었는데 최근 HSBC펀드서비스 등 일부 회사의 경우 상황이 어려워져 비즈니스 자체를 접는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사모펀드 시장이 단기급성장하면서 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펀드순자산가치(NAV) 산출 관련 인건비도 맞추기 어려운 사무관리회사의 현실을 옵티머스운용이 악용한 셈이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는 현행 사모펀드 제도와 시스템의 허술함이 여과없이 드러낸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옵티머스의 문서 위조와 투자자금의 유용 등 사기성 범죄행위가 이번 옵티머스 사태의 근본적 문제점이라면 운용과 판매가 엄격히 분리되는 사모펀드 시장의 태생적 한계가 사태를 불러왔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관리회사들이 관행적으로 들고 있던 자산내역과 평가내역 일치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았던 점을 운용사가 맘 먹고 사기치는 일에 악용했다"며 "사무관리회사들이 인프라를 갖추고 책임을 부여하려면 현행 사무관리회사들이 받는 1~2bp 비용을 적어도 2배 이상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수탁기관의 상호 견제 부재'가 지목되면서 하나은행(수탁은행)과 예탁결제원(사무관리회사)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예탁결제원의 경우 옵티머스 펀드자산명세서를 작성하면서 펀드 자산에 편입된 대부업체 등의 채권을 공기업 채권으로 기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펀드명세서는 해당 펀드에 어떤 자산이 편입돼 있고 현재 평가액이 얼마인지 등을 기재한 서류다. 예탁결제원이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최근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를 받게 된 배경이다.
환매가 연기된 옵티머스 펀드의 약관상 편입자산은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와 관련한 매출채권으로 돼 있다. 하지만 실제 편입자산은 전부 5개 비상장사가 발행한 사모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옵티머스운용의 지시에 따라 매출채권명을 변경한 건 예탁결제원이다. 판매사들은 이 과정에서 예탁결제원 차원의 별다른 검증절자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라임 사태 이후 판매사 대부분이 모든 운용사에 운용내력 증빙자료를 요구했고 옵티머스 역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와 양도통지 도달확인보고서를 제공했다"며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도 펀드명세서 내역과 위 자료를 대조해 실제 운용내역이 맞는지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탁결제원이 검증 없이 운용사 지시에 따라 매출채권명을 변경해 내역을 입력한 탓에 판매사들이 실제와 달리 입력된 펀드명세서 내역을 보고 확인했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옵티머스펀드 판매 규모가 컸던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이사는 지난달 24일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긴급 자체조사를 통해 관련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가 위조된 사실, 은행이 펀드 자산에 애초 제안된 내용과 달리 비상장기업 사모사채가 편입된 사실,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이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해 펀드명세서에 등록한 사실 등을 확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자 손해배상에 운용사와 판매사, 신탁사, 채권평가사, 일반사무관리사는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귀책사유시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조항(185조)이 있다. 하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다.
예탁결제원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사기업 사태와 달리 구체적 명칭이 없어 통상 종목명은 운용사가 만든다"며 "등록 역할만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무관리사는 대행 계약에 의한 기준가 계산을 하는 보조업무에 그친다"는 예탁원의 항변이 이어지고 있지만 펀드명세서 작성과정에서 최소한의 확인조차 소홀했다는 비판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무관리사업 자체가 원래 돈 되는 비즈니스 자체도 아니었는데 최근 HSBC펀드서비스 등 일부 회사의 경우 상황이 어려워져 비즈니스 자체를 접는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사모펀드 시장이 단기급성장하면서 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펀드순자산가치(NAV) 산출 관련 인건비도 맞추기 어려운 사무관리회사의 현실을 옵티머스운용이 악용한 셈이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는 현행 사모펀드 제도와 시스템의 허술함이 여과없이 드러낸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옵티머스의 문서 위조와 투자자금의 유용 등 사기성 범죄행위가 이번 옵티머스 사태의 근본적 문제점이라면 운용과 판매가 엄격히 분리되는 사모펀드 시장의 태생적 한계가 사태를 불러왔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무관리회사들이 관행적으로 들고 있던 자산내역과 평가내역 일치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 않았던 점을 운용사가 맘 먹고 사기치는 일에 악용했다"며 "사무관리회사들이 인프라를 갖추고 책임을 부여하려면 현행 사무관리회사들이 받는 1~2bp 비용을 적어도 2배 이상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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