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추진한다. 현지에서 언어·의료환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재외국민도 국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2년 동안 한시적으로 푸는 것이다. 추후 비대면 진료 제도화도 추진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 안건을 승인 의결했다. 이는 규제 샌드박스 지원센터인 대한상의에 접수된 1호 과제로, 대한상의가 과제신청·컨설팅·사후관리 등 샌드박스 승인 전 과정에서 신청기업을 밀착 지원해왔다.
정부가 이번에 임시허가하기로 결정한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는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가 신청한 안건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비대면 진료 관련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해당 플랫폼은 분당 서울대병원, 서울 성모병원, 서울 아산병원 등 3개 병원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인하대병원은 직접 자체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재외국민이 플랫폼에 기재한 증상 등 내용을 바탕으로 전화·화상 등 비대면 방식을 통해 재외국민에 의료상담·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가 요청할 경우 의료진 판단 하에 처방전도 발급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의료법 상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료인 간 의료지식이나 기술 지원에만 한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의사가 환자 진단을 하거나 처방을 하는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다만 의료법은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의 의료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재외국민 환자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건설근로자 등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 현장이 많은 중동에서는 자국민 우선 진료를 하기 때문에 외국인은 코로나19 증상이 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는 등 재외국민의 진료 접근이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보험 가입 등 추가 절차를 완료한 뒤 이르면 3개월 내에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혈압약 등을 먹는 재외국민들의 경우 국내에서 먹던 약을 처방받기가 어려워 어려움이 많았다"며 "의료 수준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 유학생 등에 대한 의료 접근성이 개선돼 재외국민의 신체적·심리적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정부는 25일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임시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