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처음으로 국산 폐페트병을 활용해 의류·가방 등 고품질 재활용제품을 생산했다. 그동안에는 고품질 재활용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폐페트병을 전량 수입해왔지만,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이 실시되면서 국내기업들도 국산 재생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올해 말부터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환경부는 올해 2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시범사업에 따라 수거된 폐페트병으로 국내 기업들이 의류·가방·화장품병 등 고품질 재활용제품을 생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협업은 정부혁신 과제인 '민관협력을 위한 교류 강화'의 일환으로, 제주도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플리츠마마·효성티앤씨가 니트재질 의류와 가방을 제작했고 생수업체인 스파클이 수거한 페트병으로 블랙야크·코오롱에프앤씨·티케이케이칼에서 기능성 의류를 생산했다. 에스엠티케이케미칼은 천안시에서 별도로 배출된 투명페트병으로 화장품병을 제작해 '병에서 다시 병'(Bottle to Bottle)을 만드는 고품질 재활용 생산도 이달부터 시작했다.
정부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그간 양적 재활용에 치중해온 국내 재활용산업구조를 질적 재활용을 위한 순환경제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제품의 70%를 재활용한 페트병으로 생산하는 파타고니아, 매년 페트병 1200억개를 재활용하는 코카콜라 등 글로벌 친환경기업처럼 국내기업들도 재생원료산업 투자 확대를 통해 전세계 재생제품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2018년 전세계 페트 재활용시장 규모는 68억달러로 추정되며, 2026년에는 1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올해 12월부터 전국 아파트에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을 확대시행한다. 단독주택은 내년 12월부터 시행한다. 또 재생원료 수요창출에 필요한 제도기반 구축을 위해 내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화한다. EPR은 생산자가 제조한 제품·포장재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도로, 생산자가 폐기물을 직접 수거·재활용하거나, 분담금을 내고 재활용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재생원료 사용 확대는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초석"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순환경제체제로 전환하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제도개선도 조속히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효성티앤씨·플리츠마마가 제주시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생산한 니트재질 의류와 가방. <환경부 제공>
티케이케미칼·블랙야크가 생수업체 스파클이 회수한 폐페트병으로 만든 기능성 의류. <환경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