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중도해지 증가에도 유동성비율 하락 추세
주요 5대 손보사 100%초반대 근접…메리츠화재 85%
유동성비율 200% 이상도 속출…운용자산 기회비용 증가
초저금리 여파로 보험사들의 유동자산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보험사들은 3개월 미만 단기자산 보유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는 0%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단기성 자산 보유에 따른 수익이 감소하게 됐다. 이에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딜레마에 빠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지난해 말 시점부터 올해 1분기 사이 유동성비율이 급락했다. 주요 5대 손해보험사는 유동성비율이 100% 초반대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 비율이 100% 미만인 85%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9월까지 139.2%를 기록하다 지난해 말 84.78%까지 하락했고,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30%를 유지하다 올해 1분기에는 111%로 100% 초반대로 떨어졌다. 메리츠화재 측은 "지난해 4분기 신규투자 비중이 늘어나 일시 반영됐고 올 1분기 125.19%를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생보사의 경우 교보생명이 지난해 말 148.49%를 기록했고, 올 1분기 181.5%까지 회복했다.
출처=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단위:%)
유동성비율은 앞으로 발생할 지급보험금에 대비해서 만기 3개월 미만의 단기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했는지 측정하는 지표인데, 보험사의 소위원회인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유동성비율을 경영실적 평가지표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급락할 경우 또는 급등할 경우 상시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는 이사회 내부 리스크 규정에 따라 100%초반에서 150%사이로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해당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산기준 대형생보사인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결산 대비 각각 72%, 38%, 15% 하락할 정도로 현금과 예치금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해지에 따른 환급금과 보험료 미납으로 계약이 자동 해지되는 효력상실금이 증가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로 단기성자산을 축소하다보니 유동성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생보사의 해지환급금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했고 보험미납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효력상실 환급금은 1년 새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해지된 보험과 효력상실환급금이 증가할수록 보험사는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자산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지급보험금 대비 단기자산을 적게 보유해 유동성이 급감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특성상 수입보험료가 장기간 발생하는 만큼 그동안 유동성비율을 리스크 측면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심각해 질수 있다.
실제로 생보사의 경우 외환위기 당시 보험가입률이 하락과 동시에 보험해약이 급증하면서 유동성경색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생보사들은 자금부족으로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출시해 유동성부족을 급하게 막았다. 생보사들은 아직까지 그 당시 출시한 고금리저축성보험으로 금리리스크가 확대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유동성비율은 기업마다 관리를 하고 있는데, 3개월 뒤 보험금 수요가 많을 경우를 예측해서 회사 사정에 맞게 유동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사는 채권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인하될수록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대로 높은 유동성비율은 운용수익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보험사 중 200%대의 유동성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보험사는 농협생명, 삼성생명, 한화생명이 있으며 동양생명, ABL생명, 메트라이프생명, DB생명 등은 유동성비율이 200% 후반대다.
출처=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단위:%)
그 중 동양생명, 삼성생명, 농협생명의 경우 지급보험금 줄었는데, 유동성자산이 크게 증가해 유동성비율이 상승했다. 농협생명과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분기에 만기가 도래되는 채권이 일시적으로 급증하면서 유동성비율이 올랐다고 밝혔다. 농협생명의 경우 올 1분기에 258.6%를 기록했고 한화생명은 219.96%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동성비율은 너무 떨어지거나 높을 경우 상시감시 차원에서 보고 있으며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