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부진·원화값 하락 여파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감소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GDP 성장률(원화 기준)이 1%대에 그친 데다 원·달러 환율이 6%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OECD 35개 회원국(리투아니아 제외)의 2019년도 1인당 명목 GDP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3만1681달러로 전체 22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 3만3340달러 대비 5% 줄었고, 감소율로는 다섯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보다 감소 폭이 큰 나라는 아이슬란드(-8.1%), 노르웨이(-7.7%), 칠레(-6.7%), 스웨덴(-5.4%) 등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 감소액(1658달러)도 노르웨이(6315달러), 아이슬란드(5895달러), 스웨덴(2949달러), 호주(2199달러), 룩셈부르크(281달러)에 이어 여섯번째로 많았다. 절대 금액 기준 순위는 2018년과 같은 22위를 유지했다.
다만 20위 일본(4만286달러), 21위 이탈리아(3만3146달러)와의 격차가 각 5846달러에서 8605달러로, 1159달러에서 1465달러로 더 커졌다. 23위 스페인(2만9598달러)과 차이도 2957달러에서 2082달러로 줄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1인당 GDP 감소세가 눈에 띄게 뚜렷한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원화 표시 명목 GDP 성장률이 1.1%(1898조2000억→1919조원)로 2018년의 3.4%(1835조7000억→1898조2000억원)보다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연평균 5.9%나 뛰면서 미국 달러화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4.6%(1조7252억달러→1조6463억달러)나 뒷걸음쳤다.
2019년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소득(GNI·3만2115달러)도 2018년(3만3564달러)보다 4.3%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 2009년(-10.4%)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이다.
명목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이다. 물가가 반영된 명목 GDP에 내국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더하고, 국내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한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을 빼서 계산한다. 1인당 GNI는 이를 총인구로 나눈 값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1인당 GNI가 2017년 이후 3년 만에 선진국의 상징적 지표인 '3만달러' 밑으로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을 -1%로 추정하면서, 여기에 환율까지 연간 5% 정도 절하되면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밑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정기자 lmj091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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