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위수 기자]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조성 계획과 재점화되는 경영권 분쟁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에 더해 삼중고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6월 1일부터 총 110개 국제선 노선 중 미주와 동남아 등 25개 노선에 대한 운항을 다시 시작한다. 이달 13개에 불과했던 국제선 운행 노선을 두 배 가량 확대했다. 출장 등 비즈니스 노선과 화물 수요를 중심으로 공급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막힌 하늘길을 다시 열며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자구책 중 하나인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의 공원조성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주축으로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5000억원 송현동 부지…'제값매각' 가능할까=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며 대한항공에 내년 말까지 2조원의 자본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자구책 마련의 일환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으로, 이를 제외하면 1조원의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계획이었다. 보유 중인 송현동 부지와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 등이 주요 정리 대상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대한항공의 계획이 틀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서울시에 부지를 매각할 경우 시장가인 5000억원에 못 미치는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예상 매입가로 2000억원 안팎의 금액을 책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공정한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 가격에 매입할 계획"이라며 선을 그었다. 서울시의 이같은 입장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팎에서는 서울시가 부지 공원화로 땅값을 낮추려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의 공원 조성 의사가 강력한만큼 민간에 땅을 매각하는 것도 어려워진 상태다.
◇3자 연합, 지분 매집하고 주총 취소 소송하며 '압박'=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연합까지 경영권 분쟁을 재점화하며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6일 '기타법인'이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보통주 122만4280주(약 2%)를 매집했다. 증권가에서는 기타법인이 반도건설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만약 반도건설이 매집 주체가 맞다면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4.75%로 확대된다. 41.3% 수준인 조 회장측 우호 지분율과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
여기에 3자 연합은 지난 3월 27일 열렸던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 24일 3자 연합이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낸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된 데 따른 본안 소송이다. 3자 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가 보유한 3.79%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돼야 하고,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8.2%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