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한 권고 없어 피해 확산"
자금지원 보류 검토 압박나서
사태 심각성에 책임전가 관측
트럼프-習 통화뒤 분위기 반전
자금지원 보류 검토 압박나서
사태 심각성에 책임전가 관측
트럼프-習 통화뒤 분위기 반전
평소 친중(親中) 행보를 보여온 세계보건기구(WHO)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WHO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WHO에 대한 자금지원 보류까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면 코로나19 책임소재를 놓고 치열한 '말 전쟁'을 벌여온 중국엔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WHO는 정말 망쳐버렸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로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지만 매우 중국 중심적이다"고 작심 비판했다.
그는 "다행히 나는 우리의 국경을 조기에 중국에 개방하는 것에 대한 그들의 조언을 거부했다"며 "왜 그들은 우리에게 그런 잘못된 권고를 했을까"라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WHO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광범위한 여행 제한이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한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WHO는 지난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HO는 2월 3일에도 "중국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각국의 환자 숫자가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언급했고, 이튿날 "중국을 상대로 22개국이 결정한 각종 제한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1월 27일 중국 후베이성에 대해 자국민의 여행을 금지하는 경보를 발령했고, 같은 달 30일 중국 전역에 여행을 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백악관 태스크포스(WP) 브리핑에서 "WHO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는다. 우리가 내는 돈이 그들에 가장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WHO는 나의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 그들은 많은 것들에 대해 틀렸다. 그들은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WHO는 잘못 짚었다. 시점을 놓쳤다"면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WHO에 쓰이는 돈을 아주 강력하게 보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WHO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지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들여다본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미국이 실제 자금 지원을 보류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WHO에 화살을 돌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 책임을 놓고 논쟁을 벌어오던 중국에 대해선 화해 무드를 조성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에 이를 명기하려고 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변신이 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은 모든 나라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때"라고 했다.
'중국의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즐겨 쓰던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이후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 후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는 긴밀히 일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보수 진영에선 WHO에 대한 비난이 커지는 양상이다. 공화당의 마사 맥샐리 상원의원은 지난주 "WHO가 중국을 감싸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공화당 릭 스콧 상원의원도 상원에 WHO의 코로나19 대처에 관한 조사를 요구했다.
에티오피아 보건부 장관 출신의 테드로스 사무총장은 지난 2017년 WHO 수장으로 선출될 당시 중국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코로나 사태 대응 국면에서 "WHO 수장이 지나치게 친중(親中)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WHO의 코로나 허위 정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중국에 머리를 조아린 탓에 국제사회가 바이러스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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