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이 와중에 血稅 살포 안된다

심화영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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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이 와중에 血稅 살포 안된다
심화영 정경부 차장
1997년 11월 우리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기업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할 때다. IMF는 우리나라에 외환(달러)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금융시장의 개방'을 요구했다. 2020년 3월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대외 충격에 민감하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유동성과 개방도가 매우 높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확산 같은 돌발변수 발생 시 외국 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금융의 본질은 '돈을 융통하는 것'이다.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가 필요한 데 10년 째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는 끊어져 있었다. 유동성 확보 경쟁에서 절대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가운데 지난 19일 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와 통화스와프를 전격 체결했다. 글로벌 경제를 붕괴시키지 않으면서도 외인 자본이 손쉽게 빠져나오도록 한 연준의 발 빠른 조치다.

미국 기업부채의 버블 붕괴 우려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달러 확보 전쟁을 불러온 주 원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총재는 "스와프 계약은 달러화 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즉 안전판을 확보했다는 심리가 감염병 확산에 따른 경기급랭 불안이 번지는 것을 잠시라도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가 봐야 할 것은 금융불안과 경제위기 대응도 자국의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전개된다는 점이다.

금융분야에서의 국경 간 거래 시에도 금융시장 안정과 건전성을 위해선 '자국의 금융소비자(기업·개인·정부) 보호'가 협상의 최우선 조건이 된다. 이제 좀 다른 얘기를 해보겠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버금가는 경제위기, 금융혼란이 올 봄 코로나19와 함께 우리를 급습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또 다시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방역지침을 어기면 단호히 법적조치를 하겠다. 관용은 있을 수 없다"고 할 만큼 최악의 상황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국내 외환시장의 숨통은 트였지만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감염병 확산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상황인 만큼 코로나19가 잡히지 않는 한 근본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 통화정책을 하든 재정정책을 하든 사람들이 불안해서 나가질 않으니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애타게 기다리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벌 시대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외국과의 관계'에서도 해당된다. 국민들은 한 달 이상 이어진 방콕에 지쳐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잔인한 4월을 막기 위해 국민만 다시 한 번 힘내라고 언제까지 요구할 수 있겠는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정부가 대만처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과할 정도로' 대처했다면 상황은 아마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감염자들이 국내로 별 제한없이 유입된다면 우리 국민만 안에서 조심하고, 의료진들이 피터지게 일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주요 발병국에 대한 단호한 입국금지 및 해외 유입자들에 대한 철저한 제한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드라마틱한 확진자수의 감소는 없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국민들 힘만 빼는 지경이 반복될 것이다.

이 위중한 시기에 혈세를 실효성이 없는 엉뚱한 정책들에 투입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도, 예산을 쓰는 순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당장 4월에는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 물량도 쏟아진다. 금융시장 붕괴를 막는 최전선에 서야 하는 금융권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선심성 아동수당 확대나 재난기본소득이 정말 시급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당장 방역정책, 환자관리와 치료, 의료진 지원, 마스크 확보,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국가근간산업 지원 등 세금을 최우선으로 써야 할 곳이 너무 많은데 총선용 현금 살포가 말이 되는지 생각해야 된다. 지금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잇따라 국경을 차단하고 외국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국경의 빗장을 닫는 대신 특별입국절차를 시행 중이다. 최근 국내 확진자 발생에 가장 뚜렷한 변화는 해외 유입 증가다. 왜 한국정부는 이리도 입국통제에 너그러운가.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이지 않은 나라는 없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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