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지역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난관리기금 용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내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위해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 등 관련 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지역은 정부 추가경정예산에 더해 2900억원 가량의 재난기금까지 추가로 지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앞으로 지자체는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데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원 방식과 규모도 시·도지사 등 지자체장이 판단해 결정할 수 있어 보다 유연한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난관리기금은 전국 광역·기초지자체가 보통세의 1%, 재해구호기금은 광역지자체가 보통세의 0.5%씩 매년 적립하는 돈이다. 17개 시·도가 매년 적립해 온 재난관리기금만 총 3조8000억원에 달한다. 재난·재해 발생 시 예방이나 피해복구 등에 쓸 수 있지만, 생계비 지원은 불가능해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직접 지원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이 활용할 수 있는 재난 관련 기금은 2900억원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구시 재난관리기금은 1842억원, 재해구호기금은 675억원이 조성돼있다. 경북도는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사용하고 남은 재난관리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이 총 459억원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정부 추경에 더해 자체적인 지방추경을 편성해 1조원 규모의 긴급생계자금과 긴급생존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시 자체자금은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과 세출 구조조정 등을 활용해 당초 2000억원보다 1000억원을 더 늘렸다. 대구시가 기금 지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재난관리기금 활용 방침이 변경되면서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비가 7000억원 정도 내려오고, 대구시가 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마련하면 추경 규모는 1조원을 넘을 것"이라며 "조만간 대구시의회가 의결을 통과하면 긴급생계자금과 생존자금 신청을 받으면서 바로 배분하는 형태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도 관계자 역시 "정부의 재난 관련 기금 활용 방침 변경에 따라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재원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구제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대구 남구특별방역단이 20일 오전 대구 서류정부장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