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유가급락, 디플레 뇌관 될 수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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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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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유가급락, 디플레 뇌관 될 수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결국에는 유가(油價)까지 급락했다. 코로나19로 주식이건 성장률이건 여기저기 온통 빨간 불인데 국제유가마저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은 확대되었고 주요 선진국의 증시는 10%대에 가까운 약세를 시현했다. 평상시라면 유가 하락은 원자재 가격 하락 및 생산비용 감축으로 이어져 경제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글로벌 수요 충격이 엄청나 유가 반등이 힘들고 약세가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유가 수준이 '하락'이 아닌 30% '급락'이 발생한다면 큰 문제다.

먼저 국제유가 급락은 OPEC의 협상 결렬로 인해 발생했다. 원유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 문제다. 사실 국제유가는 올해 연초 배럴당 70달러대를 향해서 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중국에서부터 확산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유가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OPEC+(OPEC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가 추가 감산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되었다.

협상 결렬은 사우디와 러시아 간 갈등 때문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원유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기를 원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셰일산업에 타격을 입히려는 목적으로 감산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유야 무엇이건 간에 원유를 둘러싼 치킨 게임은 시작됐다. OPEC과 러시아, 미국을 둘러싼 '너 죽고 나 죽자'는 게임으로 유가는 계속 하락할 것이고 원유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 하락세가 강해지면서 글로벌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진 것도 걱정이다. 원유는 대부분 산업에 기본적으로 쓰이는 원자재임을 고려하면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 중간재 가격을 거쳐 최종재 가격까지 하락한다. 사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생산자가격 흐름이 글로벌 물가 수준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2017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2017년 상반기 6.6%에서 2018년 상반기에는 3.9%로, 2019년 상반기에는 0.3%까지 낮아지더니 2019년 하반기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세계로 공급되는 물건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이 자리잡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공급 충격이 발생한 이후 그 여파가 글로벌 수요에서도 연쇄적으로 발생하여 디플레이션으로 이르는 연결고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동 중단된 중국 공장이 다시 생산을 재개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도 이것을 소화할 글로벌 수요가 사라졌다. 세계의 공장 격인 중국의 생산자 물가 흐름도 하락세인데다가, 글로벌 수요 자체도 사라져 글로벌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

유가 급락은 산유국 경기를 통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산유국 증시가 타격을 받은 것처럼 산유국의 원유 판매 수입이 감소하고 경기 부진이 더해지면 우리나라의 산유국에 대한 수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2015년 중반부터 연말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20달러대까지 하락했는데, 당시 한국이 OPEC 국가들에 수출했던 수출액은 2015년에 전년 대비 11% 감소했었다. 철강과 자동차, 가전 등의 수출이 타격을 받았다.

산유국들의 국가재정은 원유 판매 수입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 특히 지금과 같이 급락으로 인해 유가 수준이 한 단계 낮아지게 되면 재정수지 및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이로 인해 건설 및 플랜트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 여파는 우리나라의 건설 및 조선 산업에도 미칠 것이다.

2014년에서 2015년까지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20달러까지 하락한 것에 비하면 지금 유가 급락은 급락 축에 끼지도 못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코로나19 충격이 더해진 지금은 그 당시와는 다르게 수요가 살아나기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경기침체와 유가 약세의 상호작용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범위와 기간 동안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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