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조급하면 코로나에 진다

박선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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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조급하면 코로나에 진다
박선호 정경부장
정답은 언제나 문제에 있다. 문제를 제대로 알면 답을 알게 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무슨 문제인지 알아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환자 발생 이후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과연 문제를 제대로 알고는 있나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그저 조급하기만 하다. 조금 안정되는 모양만 보이면 "이제 안정기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그랬고, 각부 수장들이 그랬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허둥거리기만 할 뿐이다. 초기 중국 발(發) 입국자 봉쇄를 하는 대신 허술한 통제를 하는데 그쳤다. 어설픈 자신감으로 "방역에 문제없다"고 한 틈에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량의 숙주를 찾아 무자비하게 번식했다. 방역망은 서울까지 뚫렸다. "자신 있다. 믿고 안심하시라"던 정부는 갈수록 양치기 소년이 되고 있다.

대구에서 병상이 모자라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지만, 정부는 여전히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 낫다"는 소리만 듣고자 한다. 국가마다 인구도 다르고 생활문화가 다르다는 건 안중에도 없다. 이제 정말 중국발 입국자 봉쇄가 실효성 없는 일이 됐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는 이 없다. 중국에 봉쇄 조치를 못했으니, 국내 봉쇄 조치는 꼭 필요하다고 해도 꿈도 못 꾸게 됐다. 철저한 봉쇄 조치를 한 중국은 이제 전국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마스크 대란'은 부실 대응의 절정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에 마스크 지원까지 나섰지만 정부 누구도 정작 국내 마스크가 부족할 수 있다는 현실은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 '5부제 구매'를 하도록 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사려 줄을 서야만 한다. 제작 업체가 직접 약국에 공급하도록 해 시간과 물량이 일정치 않아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가 하루만 시행을 늦추고 직접 물량을 확보해 배급해도 문제가 없었고, 없어질 터였다.

조급해하지 마라. 조급하면 코로나에게 진다. 코로나 사태의 진정한 위험은 무섭게 빠른 속도로 문제가 커진다는 데 있다.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은 국제 사회 코로나 사태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태는 더 커질 것이고 우리의 한정된 자원은 갈수록 모자라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한정된 자원을 마구 쏟아 붓는다면 정작 필요할 때 병상이, 치료약이 없을 수 있다. 지금처럼 현금 살포형 '포퓰리즘 대책'만으론 경제파탄이란 또 다른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호환 마마', 코로나 보다도 더 무서운 게 바로 경제 파탄, 가난이다.

지금 국민들이 불안한 이유는 정부가 조급해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최악의 순간에 대한 대책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답은 언제나 문제 속에 있다. 코로나 사태는 장기적이고 그 영향이 경제와 사회 전반으로 광범위하다. 안으로는 지역 사회 방역 문제이고, 사회 안전망의 위기이며 내수 경제의 위기이지만 밖으로는 수출 경제의 위기이고 국제 방역의 문제, 외교 문제다. 코로나 사태 대책 역시 그래야만 한다. 방역, 경제 대응에도 장기적인 우선순위가 분명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한정적 자원의 쓰임도 배분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때론 냉정하고 때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고문'을 막고 민심의 혼란과 불만도 막을 수 있다.

국제 사회와의 협력도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 일본 등 이웃국과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환자 치료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과도 코로나 외교 분쟁보다 협력이 필요하다. '봉쇄' 대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쓰니 국민 모두가 호응하고 나서는 이치를 국제 외교 관계에도 활용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체다. 코로나 위기도 대응만 잘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인 경우 국가 근본이 상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독성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국운이 기울면 우리는 조선조 500년 호환마마 보다 더 서민들을 괴롭혀온 '가난'과 다시 마주치게 된다. 그 땐 현 정부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박선호 정경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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