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성숙한 시민, 미숙한 방역

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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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성숙한 시민, 미숙한 방역
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사회적 '백신'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는 확진자수 증가 추세가 잦아들고는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어 국민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발표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마스크 대란'으로 인한 전국민적 스트레스도 해소가 요원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국민의 손과 발이 묶이면서 경제, 사회, 문화활동은 모두 위축된 상태다. 진달래, 산수유 등 봄꽃은 이미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코로나19에 우리 봄을 빼앗긴 국민들의 마음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일 것이다. 이처럼 유례없이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유례없는 나눔 활동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이번 주부터 출생년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 구매를 할 수 있는 '마스크 구매 5부제'가 처음 실시된 가운데, 민간에서는 마스크 기부·양보 운동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우선 대한약사회가 전개한 '나는 오케이, 당신 먼저' 캠페인에 국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 먼저 마스크가 공급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 캠페인의 취지다.

약사회는 건강한 성인은 면 마스크로도 상대방의 침방울(비말)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은 일반 면 마스크,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은 KF94 마스크, 건강 취약계층이 타인과 접촉할 때는 KF80 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약사회는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사회를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 공급 부족 사태에 아예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에 나눠주는 '수제 마스크 기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부산시새마을부녀회가 부산시 지원을 받아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필터를 교환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로 이미 3000장을 제작해 부산시 장애인복지시설협의회에 전달했다. 부산시새마을부녀회는 앞으로 20일간 하루 5000장씩 마스크를 만들어 10만장을 제작하겠다는 목표다. 철원과 인제에서도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손수 만든 면 마스크 600장을 소외계층에게 전달했다. 고창에서는 재봉기술을 가진 군민들이 힘을 모아 직접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전량 소외계층에게 기부했다. 익명의 기부자가 주민센터 등에 손소독제를 놓고 돌아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십시일반 모아진 마음이 경로당, 어린이집 등 건강 취약계층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에 코로나19 예방에 필요한 물품이 되어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정성과 나눔 활동이 헛수고로 돌아가지 않도록 방역 당국은 감염 관리에 더욱 고삐를 죄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확진자수 증가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집단감염 발생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집단감염은 '조금만 더 견디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희망감을 실망감으로 바꿔놓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서울 구로 소재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수도권 전체를 긴장감에 휩싸이게 했다.

콜센터 직원들의 거주지가 서울 각지역과 인천, 부천, 안양 등 경기도 곳곳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실제로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에서 인구 대비 확진자수가 비교적 적었던 인천지역은 에이스손해보험 콜센터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으로 확진자수가 하루 새 23명으로 급증하기도 했다. 인천은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35세 중국인 여성이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이달 8일까지 50일가량 확진자 수가 9명에 그쳤던 지역이다.

인구 밀집도로 봤을 때 서울, 수도권에서의 집단감염 여파는 신천지 대구교회발(發) 집단감염보다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통신·보험사 등 콜센터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업무 특성상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더 감염 관리에 철저했어야 했던 만큼, 콜센터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관련 방역 대책 논의는 뒤늦은 감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밀집된 근무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해 적용해야 할 때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어렵사리 살려낸 온기를 미숙한 방역대책으로 인해 다시 차갑게 식게 해선 안 될 일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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