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바이러스가 흔드는 `트럼프 재선`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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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바이러스가 흔드는 `트럼프 재선`
박영서 논설위원
미국에도 코로나19 폭탄이 떨어졌다. 코로나19는 첫 발원지인 서부지역에서 점차 동진하면서 감염자 수를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CNN 집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각) 오후 7시 기준 미국 내 확진자 수는 700명을 넘어서 전날보다 100여명이 늘어났다. 이미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도 방어선이 뚫렸다. 워싱턴D.C가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외교 1번지로서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사태 추이에 따라 파장이 예고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도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서 대통령의 감염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정도다. 이제 주 정부 차원을 넘어 연방 정부 차원에서도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 확산이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당장 '그랜드 프린세스'호의 승객과 승무원 3533명을 대상으로 전수검사가 진행되면서 확진자는 분명히 불어날 것이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검사 건수가 늘어나면 확진자 수 증가 속도는 의심의 여지없이 빨라질 것이다.

공공의료 시스템의 부재는 확산을 부추길 것이다. 미국은 전염병 방어에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의료비는 한국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멋 모르고 병원 갔다가는 집 팔아야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전국적으로 무보험자가 전체 인구의 10%인 3000만명을 넘는다. 이들에게 코로나19 검사는 무척 부담스런 일이다. 특히 1000만명이 넘는 불법이민자들은 감염을 의심하더라도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런 요인들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어렵게 만든다. 일각에선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일단 유행하면 '비참한' 결말이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에서도 심상치않게 전개되면서 민주당과 미 언론들은 트럼트 대통령의 대응 방식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리더로서의 '자질 결함'이 이번 국면에서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정권 내 참모나 전문가들의 조언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다음과 같은 일례를 소개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말 인도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즈음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경고를 했다. 이후 증시가 출렁거렸다. 트럼프는 에어포스원에서 내리자말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쳤다고 한다.

언론의 지적처럼 그가 코로나19에 대해 낙관적 입장을 견지해온 것은 사실이다. 돼지독감과 비숫한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 바이러스가 미국 경제에 충격을 주고있다는 것은 동물적 육감으로 알아차렸다. 경제가 흔들리는 것은 '강한 경제'를 부르짖는 트럼프에겐 재선 가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레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NEC) 위원장이 항공·여행·크루즈 업계에 대해 특별구제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비난이 쏟아졌다. 그럴듯한 조치로 보이지만 속내는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호텔체인을 돕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질병 전문가가 아닌, 자신에게 충성하는 정치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책임자로 앉힌 것을 놓고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보건당국이 직설적인 발언으로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막고 뉴욕 주가를 관리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에서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고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추가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이는 그의 머릿 속이 '재선'으로 가득차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 코로나는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게 됐다. 우선 최대 치적으로 꼽아온 증시호황이 처참하게 무너졌다. 9일 뉴욕증시는 7% 폭락했다. 서킷브레이커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코로나는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도 최대 어젠다로 부상했다. '미국 우선주의' 기치 하에 미국의 이익과 자국민 보호를 가차없이 외쳐왔던 트럼트였다. 만약 미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하면 재선 전망은 암울해진다. 바이러스에 걸렸지만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속출하면 대선의 풍향계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 케어' 확대 의지를 표명하는 조 바이든에게 표가 몰릴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 대륙에 상륙하기 전까진 미 경제의 호조세에 힙입어 트럼프의 재선이 확고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작디작은 바이러스가 세계 최강 미국의 선거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예고없이 나타난 불운이 아닌, 충분히 예방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재선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지금 맞서야할 진짜 적은 조 바이든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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