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상담건수 4729건 접수
국외여행 · 예식 등 절반 넘어서
분쟁해결 법적 강제성 없어 한계
공정위, 부당광고 53건 시정조치
국외여행 · 예식 등 절반 넘어서
분쟁해결 법적 강제성 없어 한계
공정위, 부당광고 53건 시정조치
연합뉴스
#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A씨는 텅 빈 예식장에서 결혼을 치러야만 했다. 초대한 지인·친구들이 축의금만 보내주는 등 실제로는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식장 측은 예약된 결혼식을 취소할 수 없고, 만약 연기하더라도 위약금 1000만원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한 결혼식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촐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2. 어린 자녀를 키우는 B씨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 탓에 공기청정기를 한 대 구매했다. '마스크로도 못 막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는다'고 광고한 업체의 공기청정기를 산 것이다. 하지만 뉴스 등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애는 공기청정 기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B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예식·여행 등 예약으로 인한 위약금 분쟁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 탄 이른바 '코로나 마케팅'으로 부당광고를 게재한 부도덕한 업체 여러 곳도 정부 당국으로부터 적발돼 시정 조치를 받는다.
◇결혼식·여행 앞두고 발 동동= 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4729건이다. 이 중 국외여행이 2069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예식 서비스(649건), 항공여객 운송서비스(632건), 외식(584건), 호텔(229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국외여행과 예식 서비스 분야로 접수된 소비자 상담 건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셈이다.
문제는 쏟아지는 소비자 불만을 해결할 명확한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예식 서비스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예식일 90일 전까지 계약 해제 통보 시 계약금 전액을 환불 해주되 △60일 전 통보 시 10% 위약금 △30일 전 통보 시 20% 위약금 △그 이후는 35% 위약금을 소비자가 물도록 하고 있다. 단, 공정위의 예식장 이용 표준약관은 '천재지변' 등으로 예식이 불가능할 때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합의·권고 기준으로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국외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여행업체들은 '입국금지' 국가에 대한 여행상품은 자체적으로 위약금 면제·환불 조치를 해주고는 있지만, 단순한 우려로 인한 취소 건까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여행사와 소비자 간 계약은 '민사상 문제'에 해당해 당국이 법적으로 개입할 권한도 없다.
◇'코로나19 잡는 공기청정기'= 위약금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를 활용한 부당 마케팅도 급증하고 있다. 이를테면 '코로나 바이러스 막는 공기청정기', '15초 이내에 코로나 99.9% 살균하는 손 소독제' 같은 식이다. 이러한 유형의 광고는 소비자의 오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공정거래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원과 합동으로 조사에 나서 부당광고 53건을 적발, 40건을 시정했다. 나머지 광고에 대해서도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 같은 의약외품 등 부당광고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업무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