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함 칼럼] `病亂` 정치논리 아닌 과학으로 풀어야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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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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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칼럼] `病亂` 정치논리 아닌 과학으로 풀어야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가의 위기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능력에 따라 그 정통성이 좌우된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에서 무능력을 노정시켰고 결국 소위 '국정농단'으로 몰락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초기 정부의 낙관적 방관적 태도가 무색해질 정도로 국가위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26일 현재 확진자가 1200명을 훌쩍 넘고도 연일 100명이 넘게 추가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있으며 국회가 일시 폐쇄됐는가 하면 법원은 휴정하고 있다.

이미 침체된 경제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된다. 주가 폭락, 환율 급등, 조업과 영업 중단, 소비 감소와 수출 둔화 등으로 성장률 저하는 필연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한국인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국가가 30개국에 달하고 미국은 한국 여행에 대한 경보를 중국과 같은 최고 단계인 경고로 격상시켰다. 국가신인도까지 영향을 미쳐 올해 국가신인도 하락이 예상된다.

한국이 감염원 국가인 중국인들의 입국 차단을 주저하는 동안 중국은 불공정하게 한국인 입국자를 전원 격리하는 조치를 취했다. 심지어 병을 준 국가가 우리 보고 대처가 늦다느니 안일하다느니 하며 훈수를 두는 상황이 돼버렸다.

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됨에 따라 각종 방역 필수품들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의료진과 입원실 부족으로 국민의 불안 불신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렸지만 즉각적인 효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당 대변인의 감염 집중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봉쇄' 발언으로 지역 주민들의 분노만을 자아냈다.

국민 정서에 무감각한 정부 여당의 행태로 인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26일 하루 만에 20여만명이 추가로 서명했고 27일 현재 100만명을 넘어섰다. 100만의 절반인 50만명은 엄청난 수로서 과거 국민소원으로 개헌안을 제출할 수도 있었던 때가 있었다. 이것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누적되어 온 정부에 대한 불만이 코로나 위기관리 문제를 계기로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정통성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경제정책 실패로 침식하기 시작해서 조국사태와 울산시장 선거부정 의혹사건을 진영논리로 극복하려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타격을 받았다. 강변과 궤변으로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극렬 지지자들은 범죄피의자들을 옹호하고 공권력은 옹색한 논리에 의한 인사조치 등으로 검찰수사를 방해함으로써 많은 국민을 돌아서게 했다.

청와대가 개입 의혹을 받는 사건들에 대해서 그것도 최측근들이 관련되어 있음에도 대통령은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다. 임기 초반 감성적이고 도덕적이던 대통령의 리더십은 간 곳이 없다. 나라가 양분되어 극단적 대립으로 빠져들어 갈 때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 대구에서의 특별대책회의에 나타난 대통령이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회의를 주관하는 모습은 그다지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봉쇄' 발언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해명에도 불구하고 탄핵 청원수는 급증했다.

국가의 재난위기는 정치논리보다 과학으로 풀어야 한다. 물론 위기관리는 정책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치와 분리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인은 국민 설득과 동의에 집중하여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위기관리를 정치쟁점화하지 말고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한국인의 저력을 발휘하게끔 해야 한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희망적 생각일 뿐이다. 감염 방지 없이는 국가는 경제를 포함해 국민의 건강까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물론 정치권력도 포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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