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혁신바이러스` 우주에 퍼뜨리자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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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혁신바이러스` 우주에 퍼뜨리자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앞으로가 더 걱정이죠." 지난 19일 세계 최초 환경·해양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2B호' 발사 성공 이후, 천리안 개발사업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자는 이렇게 한숨을 내쉬며 하소연을 했다. 이유인즉, 천리안 2B호를 이을 '차세대 정지궤도위성사업'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이 실제 추진될 수 있을 지, 시작이 된다면 언제부터 이뤄질 지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은 데 따른 걱정이 크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에 비해 1∼2년 가량 빨리 우리 손으로 만든 환경탑재체를 실은 정지궤도 위성을 세계 최초로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감격과 기쁨도 잠시 뿐, 앞으로 불확실한 사업 추진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이 그의 말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당장 정지궤도위성사업에 참여했던 연구자들은 후속 사업이 정해질 때까지 다른 사업에 투입될 수 밖에 없고, 만약에 후속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연구 자체를 이어갈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를 대비해 정지궤도위성사업을 주관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통신위성과 항법위성 등을 차세대 정지궤도위성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지난해부터 기획 작업에 착수했다.

그렇지만, 위성개발과 같은 대형 사업은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사업 기획부터 확정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사업 확정 이후에도 사업 종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고, 많은 예산과 인력 등 인적·물적 자원의 안정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우주개발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연계성과 지속성이 매우 중요한 정책 이슈로 작용한다.

실제로, 천리안 2A·2B호 사업은 2011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장장 8년 3개월에 걸쳐 총 318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국가 대형 연구프로젝트다. 앞서 2003년부터 2010년까지 7년 동안 추진된 천리안 1호 사업에도 3549억원의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됐다.

이처럼 사업 기간과 규모가 크다 보니 범부처 협력사업으로 국가적 역량과 자원을 총결집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게 우주개발 사업이다. 이런 점에서 천리안 2B호 발사 성공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천리안 1호와 달리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세계 첫 정지궤도 환경·해양관측 위성으로 위성 무게도 자그마치 3.4톤에 달한다.

이렇게 거대한 위성을 저궤도(500∼1500㎞)보다 훨씬 높은 지구 상공 3만6000㎞에 위치한 정지궤도까지 쏘아 올려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고도의 위성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천리안 2B호 발사 성공을 통해 세계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위성 기술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줬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10년 기상·해양·통신 등 다목적 복합실용위성인 '천리안 1호'를 시작으로 2018년 '천리안 2A호'에 이어 지난 19일 환경·해양관측 위성 '천리안 2B호'까지 모두 3기의 정지궤도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운용하는 국가에 올라서게 됐다. 정지궤도위성 사업을 착수한 지 15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정지궤도 위성 강국'으로 우뚝 설 정도로 단기간 내 우주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이뤄낸 셈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우주개발 진흥과 육성에 힘입어 짧은 기간 동안 우주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을 축적한 덕분에 '우주기술 자립국'으로 발전했다. 그 이면에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우주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있었기에 단기간 내 선진국을 추격하고, 괄목상대할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부터는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로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 그 도약의 모멘텀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에서 시작해야 한다. 오늘날 우주산업은 민간 중심의 혁신 역량에 따라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스타트업부터 벤처기업, 글로벌 기업까지 다양한 민간 혁신주체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그야말로 우주 산업은 '무한 혁신의 각축장'으로 판이 커지고 있다.

'우주혁신의 대명사'로 스페이스-X를 설립해 민간 우주개발에 불을 댕긴 일론 머스크가 '로켓 재활용'이란 상상을 현실로 이뤄냈듯이, 초고수들의 혁신 전쟁터에서 우리가 살아 남으려면 '혁신의 바이러스'를 우주 산업에 빠르게 전파·확산시켜야 한다. 이런 혁신 바이러스가 주위로 옮겨져 또 다른 혁신을 만들고, 이러한 혁신의 산물이 차곡차곡 쌓일 때 혁신의 가치는 '묵은 별빛'처럼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정부와 민간이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돼 가고있는 우리 경제, 산업 곳곳에 '혁신의 바이러스'를 넓고 깊게 퍼트려야 할 때다. 그래야 새로운 우주 시대를 일컫는 '뉴 스페이스' 혁신 국가로 당당히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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