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박테리아와 끝없는 전쟁](http://contents.dt.co.kr/images/202002/2020021902152269660001[1].jpg "[논설실의 서가] 박테리아와 끝없는 전쟁")
슈퍼버그, 맷 매카시 지음 / 김미정 옮김 /흐름출판 펴냄
지금 인류는 바이러스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생물인지 아닌지도 분간하기 힘든 미물(微物)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존재와 전쟁이지만 한 번 기세에 눌리면 걷잡을 수 없이 후퇴해야 하는 고도의 심리전이기도 하다. 이런 때에 마침 기존 항생제로는 퇴치하기 힘든 변이 박테리아와 치열하게 싸워온 한 의사의 기록이 책으로 나왔다. 슈퍼버그(superbug)란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박테리아 세균을 말하는데, 인류에게 전쟁 이상으로 대량 살상의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무서운 존재다.
코로나19가 두려운 이유는 변종이어서 아직 치료법이나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그 원인이 박테리아든 바이러스든 앞으로 더 창궐할 것이라는 전망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2003년 사스 때는 세계적으로 774명, 2012년 발생한 메르스는 858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번 코로나19는 이미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2000명에 육박한다. 1차 세계대전 전사자가 1700만명인데, 비슷한 시기 스페인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0만명에 달했다는 점을 봐도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전쟁 이상으로 인류가 피해야 할 대상이다.
슈퍼버그 출현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산발적이었으나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업적 농업의 확산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공장식 축산은 무분별한 항생제 남용으로 이어졌고, 박테리아는 빠른 속도로 내성을 키우며 변이해 인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자연을 마구잡이로 조절하고 환경을 파괴한 업보다. 책은 내성을 지닌 박테리아를 제압하는 항생제 개발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와 미생물학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중계한다. 잘 짜여진 SF픽션을 읽는 것 이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저자 맷 매카시는 뉴욕의 프레스비테리안 병원의 의사이자 작가다. 읽으며 저절로 감염병 지식을 습득하는 건 과외의 소득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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