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코로나사태, 소·부·장 육성 기회다

김승룡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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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코로나사태, 소·부·장 육성 기회다
김승룡 정경부 차장
세계 제조업 공장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멈춰섰다. 중국이 폐렴을 앓으니 중국 제조산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한국 제조업이 마구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신종코로나 발생 3주가 넘었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고 장기화하면 한국 산업도 기침 수준이 아니라 폐렴으로 목숨을 잃는 위기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중국 감염 확진자가 순식간에 4만명을 훌쩍 넘어서고, 사망자는 1000명을 돌파했다. 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 증가 수가 조금 줄었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 과거 사스(SARS), 메르스(MERS) 때도 3개월 가량 환자가 속출했다. 신종코로은 잠복기가 2주인데다 전염성 또한 과거 바이러스보다 훨씬 높아 언제 어디서 환자가 폭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신종코로나 최초 발생 보도 후 2주도 채 안 돼 한국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내 전선 연결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의 중국 부품 공장이 멈춰서자, 국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 이르렀다. 단 한 종의 부품이지만, 대부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을 대부분 사용하다 보니, 이 부품이 공급 중단되자 최종 차를 만들 수 없게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9일부터 와이어링 하니스 중국 공장 생산이 재개돼 국내 공급이 재개됐지만, 생산량이 충분치 않은 탓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차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단 2주 만에 현대기아차는 1조100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30%에 달한다. 어디 자동차 부품뿐이겠는가. 전자, 화학, 조선 등 대부분의 국내 제조업이 중국산 소재·부품을 사용한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국내 산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소재·부품 수입액은 지난해 520억8000만달러(약 62조2000억원)로 전체 소재·부품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30.5%다. 2004년 14.1%였던 것에 비해 15년 만에 배로 늘었다.

우리는 지난해 7월, 일본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판결에 불복해 돌연 수출규제를 들고 나왔을 때 아연실색했다.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 폴리이미드 필름,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등 단 3가지 소재·부품 품목 수출을 금지했는데,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산업은 목줄이 조여 숨을 헐떡거려야 했다. 일본이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3가지 품목 차단에 우리 산업은 사시나무 떨듯 덜덜덜 떨어야 했다.

'글로벌 밸류 체인'(GVC), 즉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세계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빨리 국산화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매우 뒤늦게야 터져나왔다. 6개월 만에 이젠 중국의 소부장 공급망이 위태로워지자, 한국 전체 제조산업이 붕괴 위기를 맞을 참이다.

일본 수출규제는 일부 품목에 일부 산업 타격에 그쳤지만, 중국 신종코로나에 따른 공장 셧다운은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독점 품목은 아니더라도 분야가 대단히 넓고 산업 파괴력이 매우 높다. 다른 나라에서 공급을 대체할 순 있지만, 이를 대체하는 데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 사태 장기화로 중국 내수가 침체하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기업 피해도 만만치 않을 테다. 중국은 우리나라 연간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또 어떤가. 2018년 기준으로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6.3%이고, 상품교역 비중은 10% 이상, 최종 소비에 기여하는 비중은 11.3%, 글로벌 원유 소비량 비중은 13.5%다. 영국 싱크탱크인 해외개발연구소(ODI)는 사스로 인한 세계경제 손실이 500억 달러(약 59조원)였다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손실은 3600억달러(약 4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는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규제와 중국 신종코로나 사태로 다시 한 번 소부장 관련 GVC 정비, 공급처 다변화, 국산화와 내재화의 중요성을 뼈 속 깊이 느꼈다.

이번 기회를 한국 소부장 산업의 활성화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GVC에 대한 기업들의 안일한 마인드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책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2018년까지 54년간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약 708조원이다. 이 가운데 소부장 무역적자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지난해만도 소부장 무역적자가 30조원에 육박한다.

우리 제조업이 살길은 소부장에 있다.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에 중국은 세계 제조 1위 국가가 된다. 이젠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 핵심 소부장을 중국에 공급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2030년 세계 4대 제조강국 도약,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목표를 내걸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진정한 제조업 르네상스, 이를 통한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이번 기회에 소부장 중심으로 제조업 체질을 바꿔야 할 것이다.

김승룡 정경부 차장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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