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뒷북 방역, 치명적일 수 있다

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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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뒷북 방역, 치명적일 수 있다
김수연 ICT과학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뒷북 대응, 엇박자 대응이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이미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입국자로만 입국제한 조치를 국한하고 있다. 베이징, 광둥성, 저장성 등 중국 전역으로 감염자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 과연 이러한 조치로 충분한지 의문이다. 이 조치마저 전문가들의 거듭된 촉구 끝에 지난 4일에야 뒤늦게 취해졌다. 그간 대한의사협회는 수차례 호소 담화문을 내고 우한 폐렴 발원지인 후베이성으로 국한된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것을 권고해 왔다. 후베이성은 중국 당국이 해당 지역을 봉쇄한 상태이기에 입국 제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의협의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그 열흘 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중국 전역으로 입국 금지를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확진자가 증가해 중국 내 확진자는 2만명을 넘어섰고 전체 발생자의 약 40%가 후베이성 외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위험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시기가 더 늦어지면 신종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라는 우려를 '기우'로 여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어느 국가와의 외교관계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한중 관계 악화를 우려해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비상상황인데도 소극적 대책을 찔끔 찔끔 내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접촉자 분류 오류로 3차 감염 위험성을 키웠다는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뒤늦게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의 구분을 없애고, 신종코로나 확진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있다. 대상은 신종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열, 기침 등 증상을 보인 시기에 접촉한 이들이다. 이러한 조치는 국내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지 16일째 되는 지난 4일에야 시행됐다.

부처간 엇박자 대응 역시 국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중국 전역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여행 제한 수준을 '자제'에서 '철수 권고' 단계로 높이겠다고 했다가 발표 4시간 만에 '검토 예정'이라며 말을 바꾼 바 있다.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제한하겠다고 했다가도 번복했다. 중국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성 전역의 여행경보는 1월25일부로 '철수권로'로 상향 조정된 상태다. 전 중국지역(홍콩·마카오 포함, 대만 제외)에는 1월28일부로 '여행자제'가 발령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한에 발묶인 교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전세기를 투입하는 과정과 우한 교민 국내 격리지역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던 것도 웃지못할 '촌극'이었다. 지난달 30일 새벽 1시, 중국 측의 비행 허가 변경을 이유로, '전세기 탑승 집결 취소'라는 긴급공지를 받아야 했던 우한 교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우한 교민들이 머물 국내 임시 생활시설로 당초 충남 천안으로 가닥이 잡혔던 것이 하루 만에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지정된 상황은 정부 결정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불씨가 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5일 기준, 국내 확진환자는 18명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국내 확진자 접촉자는 총 956명으로, 이 중 6명이 확진된 상태다. 현재 174명이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를 통해 입국한 이들이 연이어 확진판정을 받는 등 국내 상황은 첫 확진환자가 나왔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으며 계속해서 변수가 생기고 있다. 태국에서 입국한 16번째 환자는 무려 16일 동안 지역사회에 노출됐다. 이제는 지역사회 감염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방역대책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접촉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국민들에게는 자가격리 기준과 관리 현황, 관리 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환자 동선을 공개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신고할 수 있도록 이러한 정보는 신속하게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 '나도 거기에 있었다'며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국민 스스로 적극 협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방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이때에, 당국은 국민 누구나 믿고 따를 만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하는 지금, 더 이상의 뒷북·엇박자 대응은 안 된다. 체계적이고 치밀한 방역대책으로 국민을 리드해야 할 정부가 우왕좌왕하면, 국민은 감염병 공포와 불안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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