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정부만 웃는 경제성적표

성승제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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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정부만 웃는 경제성적표
성승제 정경부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2.0%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보다 0.7%포인트 하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0.8% 성장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대를 지켰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영하는 지표는 더 있다. 고용률과 실업률, 물가 등 주요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고용률은 전년보다 0.2%포인트 오른 60.0%로 역대 최고치인 1997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고 15~64세 고용률도 66.8%로 1989년 65세 이상을 별도로 작성하도록 통계 기준을 바꾼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반면 실업자 수는 106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명(-0.9%) 줄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통계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취업이 잘 되고 실업자 수는 줄었으며 서민들은 물가 걱정 없이 소비할 수 있는 경제 패턴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통계수치와 정반대로 흘러간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지표를 두고 취재를 할 때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정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동일한 결과치를 두고 정부와 민간의 온도차가 적지 않았다. 원인은 경제지표 개선이 국민 혈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2.0%를 기록한 경제성장률 수치를 살펴보자. 이 기간 연간 성장률에 대한 정부 기여도는 1.5%포인트로 민간 기여도(0.5%포인트)의 3배에 이른다. 정부소비의 성장률도 6.5%로 2009년(6.7%) 이후 최고치였다. 반대로 민간소비는 1.9%로 1년 전(2.8%)보다 대폭 낮아졌다. 성장률 마지노선은 지켰지만 민간의 활력이 극도로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용지표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작년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30만1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60세 이상 고령자들만 혜택(?)을 누렸을 뿐이다. 60대 이상은 37만7000명 증가해 1963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를 나타낸 반면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각각 5만3000명, 16만2000명 감소했다. 1~17시간 초단시간 취업자도 30만1000명 늘어 1980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이 늘었다. 노인 및 초단기 일자리는 정부 재정으로 만든 한시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어린이 등·하교 도우미, 문화재 지킴이 등으로 굳이 없어도 되는 일자리다. 정부 지원이 줄거나 끊기면 언제든 그만 둬야 하는 불완전 일자리이기도 하다. 반대로 30~40대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어진 양질의 일자리가 주류다. 다시 말해 민간 고용은 줄고 재정 일자리는 늘어나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경제 전문가는 "빠른 고령화로 재정을 통한 노인 일자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문제는 재정 일자리를 늘리면서 전체 고용률이 개선된 것처럼 착시 현상을 만든 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시적 혹은 초단기 일자리는 전체 취업자 수 증감률에 포함시켜선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에 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애초에 정부는 혈세를 통해 경제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유는 명확하다. 만약 재정을 투입하지 않았다면 작년 경제성장률은 2%대 마저 붕괴되고 고용률은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했다.

이후의 시나리오는 불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실패한 정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며 자연스럽게 국정동력도 힘을 잃게 된다. 내용이 부실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했거나 근접한 것이 문재인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더 수월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투입 정책이 앞으로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정부는 오는 3월 말 '40대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범정부 대책안을 발표한다. 작년 말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3개월 만에 전수조사와 최종 대책안까지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정부 내에 3개월 만에 실태조사와 최종 대책안을 내놓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40대 실업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단기간 내 해법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결론은 하나다. 60대 이상 노인 일자리처럼 40대도 세금으로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땜질식 처방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제안한 정책안도 직업훈련·교육·생계비, 창업 지원 등 민간보다는 재정을 통한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정부로선 취약계층에 대한 지적이 나올 때마다 세금을 풀어 인위적으로 수치를 조정할 수 있으니 얼마나 손쉬운가. 이제 사뭇 궁금해지는 것은 올해 고용지표다. 고령층에 이어 40대까지 재정으로 만든 한시적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아마도 올해는 전년대비 취업자 수가 60만명을 넘는 대기록을 세우지 않을까. 단군 이래 최대 고용률 개선도 기대해 볼만 하겠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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