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공모펀드 부활은 요원한가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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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공모펀드 부활은 요원한가
차현정 산업부 증권팀장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인이라면 다 아는 인터넷 포털 카페가 있다. 비교적 이직이 잦은 여의도 증권맨들이 만든 채용정보 카페 A다. 여기서 인기태그가 곧 업계 키워드일 만큼 위력이 크다. 13년차 이 카페의 회원 수는 9만명이 넘는다. 그들은 이곳에서 정보욕구에 대한 허기도 해결하고, 이직 후기도 남긴다. 현직자들에겐 허탈함을 터는 공간이기도 하다. 정부도, 금융당국도 그 어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만들어진 자생적 시장이다.

이 공간에서 올해 유독 이직 문의가 많은 직종이 있다. 갈수록 위축되는 '공모펀드 매니저'다. 주로 사모펀드 운용역 자리를 찾는 이들이 이직 사유로 내건 것은 커리어 확대다. 다시 말해 공모펀드 운용만으로는 더 이상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2020 소망: 공모펀드 부활하라'라고 이름 달린 글에 '불가하다. 공모펀드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고 주요 판매창구인 은행 지점 역시 아무 전문성 없는 무지렁이 집단이라는 게 들통나서 부활할 가능성은 제로', '공모 외 다양한 대안상품이 많아서 이제 공모펀드는 영원히 안녕' , '공모펀드는 버림받은 자식' 등의 댓글이 달린 것도 인력난을 예고하는 공모펀드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렇듯 공모펀드 시장이 쇠락하고 있다. 국내 펀드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사모펀드 특수 속 공모펀드는 갈 길을 잃었다는 걸 시장은 증명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공모펀드 시장 순자산 규모는 2009년 말 207조원에서 작년 말 191조원으로 줄었다. 특히 개인투자자 대상 주식형 공모펀드의 판매잔고는 107조원에서 29조원으로 줄며 3분의 1토막도 남지 않게 됐다. 공모펀드가 이렇게 쪼그라드는 동안 110조원에서 419조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난 사모펀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업계는 공모펀드 시장 위축을 외면한 금융당국의 '절름발이 정책' 역시 쏠림을 가속화했다고 호소한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 투자 제약이 적은 편이다. 일례로 공모펀드는 전체 자산의 10% 이상을 동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 반면 사모펀드는 100%를 개별 유망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대체투자자산에 대한 접근성도 공모펀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도 "공·사모시장이 균형을 잃고 한쪽 성장에 치우치는데 공모펀드 운용역도, 투자자들도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만이 답일까. 자성 없이 공모펀드의 위기를 말하는 데 그친 것은 아쉽다. 침체 원인이 된 저조한 수익률에 대한 얘기가 빠져서다. 공모펀드 성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시장은 '박스피'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체됐다. 주식 편입 비중이 크고 대체투자 비중이 적은 일반 공모펀드 특성에 비춰보면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반면 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팔리는 사모펀드의 경우 정부의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나날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며 자금 블랙홀이 된 게 사실이다.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과 타이밍 등 운용 역량 문제도 이유가 됐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액티브 펀드의 평균 운용 성과가 벤치마크 지수에 미치지 못하는 사실은 여러 문헌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소득공제 등과 같은 정책적인 유인을 통해 공모펀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며 "운용업계 역시 공모펀드에 대한 효용성 문제와 성과 부진으로 인한 투자자 고민을 충분히 반영해 공모펀드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제는 공모펀드 시장에 더 이상 훌륭한 펀드매니저가 남아있지 않게 될 앞날이다. 남은 공모펀드들의 경쟁력이 더 떨어져 투자자에 외면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이는 소액투자자의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해가 바뀌면서 능력 있는 공모펀드 매니저들이 대거 이동해 규모가 큰 사모펀드로 터를 잡았다는 소식이 예서제서 전해진다. 각 출발지에서 친자식처럼 만들어 야심차게 내놓은 공모펀드들이 운용의 연속성 단절로 동력을 잃어가진 않을지 걱정이다.

차현정기자 hjch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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