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가 20일 단행한 올해 정기 사장단 인사는 3명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젊은 리더를 전진 배치해 역동하는 시장 상황에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략이 담겨있다. 특히 젊은 기술 전문가와 재무통을 중용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0대 기술·재무통 중용…스마트폰 수장도 교체=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이번에 스마트폰 사업의 수장을 맡게 된 노태문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장이다. 1968년생으로 올해 52세인 노 사장은 현재 재임 중인 삼성전자 사장단 중 최연소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전자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노 사장은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39세인 2007년 상무에 올랐다. 2010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2010년 전무, 2012년 부사장, 2018년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그는 갤럭시S부터 갤럭시S10, 노트 시리즈 등 모든 갤럭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했고, 특히 작년 첫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도체와 5G 등 삼성전자의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종합기술원장도 50대 기술 전문가로 바뀌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58세·1962년생)은 프린스턴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나노 일렉트로닉스 랩(Nano Electronics Lab)장, 디바이스 앤 시스템(Device & System)연구센터장 등을 거쳐 2017년 11월부터 종합기술원 부원장을 맡아 미래 신기술 발굴과 전자 계열사 연구개발(R&D) 역량 제고에 이바지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 시시각각 변화는 불확실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재무통의 중용도 눈에 띄었다. 최윤호 사업지원TF(테크스포스) 부사장을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7년 가전사업부 경리팀 대리로 근무를 시작한 최윤호 사장은 영국 등 해외 법인의 경영관리·지원 업무를 20년 넘게 한 재무 전문가다. 이어 무선사업부를 거쳐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 전자계열의 컨트롤타워 격인 사업지원TF까지 근무하면서 국내·외 사업 전반을 꿰뚫고 있는 만큼, 연 매출 2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국내·외 살림을 책임지는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안정적인 글로벌 경영관리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박학규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삼성전자 해외관리그룹, 멕시코법인 관리담당,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지원그룹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삼성SDS 사업운영총괄 등을 거친 재무전문가다. 해외사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세계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도체 사업의 역동성에 대응해 내실을 다지고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성장과 준법경영 의지도 천명= 이와 함께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 경영기반을 다지는 인사도 있었다.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신사업으로 점찍은 5G의 세계 최초 상용화를 주도한 통신 전문가로, 업계 1위인 화웨이를 맹추격하는 1등 공신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에 윤부근 부회장에 이어 삼성전자 CR(대외협력)담당을 맡게 된 이인용 사장의 경우 방송인 출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맡는 등 오랜 기간 삼성전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 사장은 최근 출범을 예고한 준법감시위원회의 회사 측 대표로 참여해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내·외에 삼성 경영진의 준법경영 의지를 알리는 중책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3인 대표는 유지…'뉴 삼성' 점진적 변화= 삼성전자는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50대 경영진을 전진배치하면서 조직의 역동성을 더하면서도, 취임 3년차를 맞은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 고동진 IM부문장 사장, 김현석 CE부문장 사장 등 기존 3대표이사 체제는 유지했다.
대신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 생활가전사업부장, 무선사업부장 직은 후임 사장에게 물려주고 사업부간 시너지 창출과 전사 차원의 신사업·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 후진 양성 등에 더 집중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맡기 시작한 첫 해인 지난 2015년에도 비슷한 인사를 한 바 있다. 당시 권오현·윤부근·신종균 체제는 그대로 유지한 대신 마찬가지로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 생활가전사업부장,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후배 경영진에 물려줬다.
이번 인사는 이 부회장이 '뉴 삼성'으로의 변화의 큰 흐름은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점진적인 세대교체로 조직의 역동성을 더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김현석 사장에 이은 후임 생활가전사업부장은 조만간 이어질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급으로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인사로 종합기술원 회장을 맡았던 권오현 회장과 윤부근 CR담당 부회장,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을 한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