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대만 선거 `최대 패배자`는 시진핑](http://contents.dt.co.kr/images/202001/20200116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대만 선거 `최대 패배자`는 시진핑")
차이 총통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인기가 바닥이었다.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서 차이잉원이 이끄는 민진당은 라이벌 국민당에 참패했다. 차이잉원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정권 지지율이 20%대로 뚝 떨어지면서 차이잉원을 후보로 해서는 총통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대부분 생각했다. 당내에서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이 부상하며 차이잉원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반전의 계기가 생겼다. 회생의 기회를 준 이는 뜻밖에도 시진핑 주석이었다. 지난해 1월 시 주석은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4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연설에서 일국양제를 강조하며 "여의치 않으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의 이런 위협에 대만 국민들은 불안해졌다. 차이잉원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만 독립을 추구한다'에서 '대만을 지키자'로 선거 전략 프레임을 전환했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일국양제에 "노(No)"라고 외쳤다. 이 때부터 2020년 1월 총통 선거의 쟁점은 '일국양제에 의한 통일인가, 아니면 저항인가'라는 쪽으로 급선회됐다. 과거 4년의 정권 평가는 그 다음 문제가 됐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대만 선거 `최대 패배자`는 시진핑](http://contents.dt.co.kr/images/202001/20200116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대만 선거 `최대 패배자`는 시진핑")
그렇지만 여전히 여론은 차이잉원에겐 불리했다. 이런 흐름을 단번에 바꿔버린 것이 홍콩의 '반중 시위'였다. 베이징 정부는 카리스마 넘치는 폭스콘 창업자 궈타이밍(郭台銘)을 대항마로 만들어 상황을 역전시키려 했다. 하지만 친중파 궈타이밍의 인기는 중국이 예상한 만큼 높지 않았다. 결국 궈타이밍은 국민당 총통 후보 예비선거에서 패했다.
더욱이 미국이 민진당 정권을 밀면서 또 하나의 순풍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국민당을 지원했던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대해 분명하게 거리를 두는 민진당 지지로 자세를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대미 관계의 급진전은 국제무대에서 대만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의 승리는 시진핑의 패배를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홍콩 구의회 선거에서 민주파가 압승한데 이어 이번 대만 총통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시 주석은 굴욕을 또 맛봤다. 홍콩에 대한 대응뿐만이 아니라 대만 대응에도 실패한 것이다.
현 상황을 보면 차이잉원 정권의 뒤를 라이칭더 정권이 이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러면 민진당 장기집권 시대가 열린다. 그 세월 동안 대만의 정체성은 중화 정체성과는 다른 형태로 확립될 수 있다. 만약 탈(脫) 중국화를 이룬 '화교 국가'가 탄생하면 그것은 국제사회의 재편까지 몰고올 수 있는 문제다. 미중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대만이 국가 승인을 얻을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가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다간 통일의 기운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공산당 당내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공산당 통치의 정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만 통일은 필수다. 이것이 불가능해지면 집권당으로서의 정통성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그 책임은 시 주석이 질 수 밖에 없다. 이를 보면 이번 대만 선거에서 최대 패배자는 시진핑 주석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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