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是日也 放聲大哭也 <시일야 방성대곡야>

박선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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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是日也 放聲大哭也 <시일야 방성대곡야>
박선호 정경부장
그럴 것이다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저 묻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검찰 인사 이야기다. 소위 '검찰 학살', '윤석열 손발 자르기'라 불리는 인사다. 간단히 '산 권력에 대한 수사진의 말로'다. 애초 산 권력에는 덤비지 말았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번 정권은 조금은 다를 줄 알았다. 틈만 나면 "상식이 통하는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외치길래 조금은 다를 줄 알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산 권력에 엄한 검찰"을 주문할 땐 최소한 다르긴 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구토가 치밀어 오른다. 도대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대통령 친구의 시장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을 무산시킨다. 대통령 친구는 단독 후보가 됐다. 당선이 유력했던 상대당 후보는 비리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 이걸 조정한 누군가가 있다." 소설, 영화 시나리오가 아니다. 현실에서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정권 실세가 뇌물을 받고 최고 감찰기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대상이 됐지만 감찰이 무마됐다. 누군가의 압력이 있었다." 또 한 편의 영화같은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모두 '산 권력'에 직접 칼을 겨눈 수사였다.

그런데 이 모든 수사가 일순간 급변한다. 마치 영화처럼 …. '산 권력'의 반격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지도부가 교체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들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비로소 당시 왜 여권의 많은 이들이 "도덕적 흠집은 있는지 몰라도 불법은 아니다"고 했는지 알 듯 하다. 조 전 장관 비리 의혹이 차라리 건전하다. 그게 그들의 도덕 기준이었는지 모른다.

정말 이게 '정의로운 정부', '상식이 통하는 정부'의 본 모습이었던가? 도대체 왜 과거 자신들이 욕을 했던 그 짓을 스스로 되풀이 하는가? 아! 그래, 뭔가 다르긴 하다. 더 대담하고 더 조악하다. 전 정권은 못된 짓을 숨기며 했는데, 지금은 백주에 대놓고 한다. 전 정권은 치사하게 혼외자 문제를 들춰내 압박했지만, 이번 정권은 '항명'이라며 공개적으로 압박한다. 전 정권은 뒤에 숨겨놓고 이익을 챙겨줬지만 현 정권은 대놓고 차관 자리까지 턱 내준다.

무엇이 검찰 개혁인가? 검찰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었던가. 무엇을 위한 검찰 개혁인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이 나라를 위한, 법과 정의를 위한 검찰을 만드는 게 검찰 개혁이 아니었던가. 영화라면 이제 클라이맥스다. 인사 직후 좌천되는 보좌진과 윤 총장의 마지막 만찬이 바로 클라이맥스의 한 장면일 듯 싶다. 침울한 분위기의 만찬 자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임처가 없다"는 윤 총장의 위로가 서글프다. 모두가 안다. 현 정권이 살아 있는 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는 것을….

이 순간 윤 총장의 마음은 친구의 유배 소식에 "수사병중경좌기"(垂死病中驚坐起, 죽음 드리운 병중에 놀라 일어나 앉다)라 읊은 당 시인 원진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클라이맥스는 끝부분일 뿐 '대단원의 막'은 아니다. 마지막 반전이 있다. 주역(周易)으로 치면 이제 '궁극'(窮極)에 달했을 뿐이다. '궁즉통'(窮則通)이 기다리고 있다. 최근 진중권씨의 말이 뼈아프다. "현 정권의 적폐가 실패한 정권의 적폐 자리를 대신했을 뿐이다." 누가 있어 작금의 청와대 관련 의혹 사건들이 공정하게 수사될 것이라 믿겠는가? 먹을 먹물로 닦으면 더욱 검어질 뿐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만을 탐한 이들이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를 팔아먹었다.

1905년 황성신문의 장지연은 나라가 팔리는 순간 이렇게 대성통곡을 했다. "저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다." 또 다시 이런 곡소리가 이 땅에 나와서는 안 된다. 다행히 우린 아직 스스로 변화를 꾀할 기회가 있다. 오직 바른 선택만이 곡소리를 막을 수 있다.

박선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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