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동향분석팀장
![[포럼] 환리스크, 방심은 금물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3002102369660001[1].jpg "[포럼] 환리스크, 방심은 금물이다")
글로벌 통화 흐름 측면에서 올해 주요 이슈는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중국 위안화 환율 약세가 부각되었고,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큰 국가들의 통화 역시 약세였다는 점이다. 한국 원화와 호주 달러화가 특히 그랬다. 호주는 중국에 원자재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며,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며 총수출 중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25% 정도나 되는 국가다. 중국 경기 부진으로 원자재 수입을 포함한 총수입이 감소하면서 호주와 한국 수출이 흔들리고 호주 달러와 한국 원화 가치가 절하되었다. 주요국 통화 중에서 한국 원화는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떨어진 통화 그룹에 속한다. 다음 순위로 브라질 헤알화, 남아공 랜드화, 호주 달러화 등이 절하폭을 보인다.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환율 상승)했다고 했는데, 원화 환율의 연중 흐름을 보자. 지난 연초 1118원대에서 출발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4~5월에 급상승하면서 5월말에는 1200원선을 돌파할지 여부가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통상적으로 원화 환율 흐름은 미국 달러화 혹은 중국 위안화 흐름, 아니면 국제수지 등 대외 여건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런데 5월 원화 환율이 급등한 이유는 4월말 발표된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전기대비 마이너스 0.3%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이후 잠정치 발표시 -0.4%로 수정됨) 특이하게도 외환시장에서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주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었다. 이후 미중 무역갈등이 극심해지면서 8월에는 1220원선까지 상승했었고, 그 이후 하락-상승 사이클을 보인 후 지금은 1160~1170원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018년 연평균 1100원에서 2019년은 연평균 1165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65원 정도 하락한 것이다.
2020년 원화 환율은 국내 경제 성장세가 어느 정도 실현되는가에 따라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연초부터 경기 회복세가 비교적 강하게 나타날 경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하락 기조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 동향 흐름에 근거해 보았을 때 향후 국내 경기 개선세가 나타나더라도 그 강도는 미약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상수지 흑자폭 또한 소폭 증가에 그쳐 달러화가 시장에 넘쳐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연평균 기준으로 올해 1165원 수준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인 1170~1180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국제투자은행들의 전망치 컨센서스다.
이러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강세) 기조에 더해 12월 중순경 휴전 합의점에 이른 미중 무역갈등의 추후 협상 과정에 따라 원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에 대응해 솔직히 개인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사항은 크게 없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사항이 꽤 있다. 정부는 환헤지 세력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 해야 한다. 또한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환 건전성 부담금)의 적절한 운영과 제도적 강화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투명하고 일관성 있는 거시경제정책 및 통화정책을 시행하여 시장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결제 통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환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출 기업의 결제 통화는 대부분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결제 통화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면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있더라도 다소 안심될 것이다. 또한 환리스크에 대비한 환헤지 기법 등을 활용하는 것도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편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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