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포럼] 김정은이 `파국`을 불사하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1702102369660001[1].jpg "[포럼] 김정은이 `파국`을 불사하는 이유")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북핵폐기 협상은 너무도 어렵거나 또는 '보여주기 쇼'로 끝날 것임은 처음부터 뻔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지금 바로 대결국면을 선택하는 것은 의외다. 어차피 협상이 파국에 이르더라도 가능한 한 시간을 끄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말까지 협상 시한을 정한 북한은 이제 쇼를 끝내고 핵보유국으로 공식 행세하려 한다. 이는 북한의 자신감이 그만큼 커졌거나, 조급해졌거나, 또는 미국과의 협상을 그만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는 뜻이다.
첫째, 북한은 군사 역량을 과신하고 있다. 2000㎞급 신형 SLBM은 물론 ICBM 기술까지 보유함으로써 게임체인저 군사력을 이미 확보했다는 자신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후원하고 한국은 '전쟁 불용인'을 말할 뿐이다. 그래서 미국은 결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다고 믿는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지 못했다. 북한은 트럼프가 유약하다고 보았다. 게다가 트럼프는 약점이 많아 세게 압박하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북한의 '핵 나르시시즘'이다. 다음 수순으로 북한은 인공위성이라 우기며 ICBM을 발사할 것이다.
둘째,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북한은 조급해졌다. 대북제재가 북한에 별 효력이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면 처음부터 연말 시한을 정할 필요도 없었다. 지난 8월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3.97%였으나, 2017년 -3.5%, 2018년 -4.1%였고, 올해는 더욱 어려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북한은 무엇보다 대북제재 해제를 원했다. 그러나 '오토 웜비어 법안'으로 대북 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래서 새판을 깔려 하는 것이다. 핵위력을 공식화하고 한국을 무력으로 겁박함으로써 '상납경제'를 모색하려 한다. 다음 수순은 대남 국지도발이다.
셋째, 미중 대결구도에서 북한이 확실한 중국편임을 보여줄 필요성이다. 이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5일 서울에서 한국의 사드 철수, 일대일로 참여 및 미중대결에서 중국 편들기를 요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음 수순은 김정은의 중국 방문과 미국 비난이다.
북한이 지금 협상을 깨고 핵보유와 ICBM 완성을 선언한다면 이는 북한의 오판이다. 미국의 선택은 분명하다. 미국은 이를 용인할 수 없다. 이는 트럼프의 재선 실패인 동시에 미국의 패배가 된다. 미국이 북한을 '최대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은 아직도 많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정녕 재선이 어려워지면 대북 군사공격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 이란은 유럽과의 관계 등으로 미국이 단독 행동하기 어렵지만, 북한은 상황이 다르다. 전쟁때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것은 동서고금의 불문율이다.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겠지만, 한미동맹 위기 속에서 한국의 안전과 경제는 미국의 고려사항이 아닐 수도 있다.
지난 7일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고 자랑스레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의 협상 파기 움직임에 대응하여, 미국이 북한의 핵폐기를 보증하고 미북 협상을 중재한 한국에게 제일 먼저 따져 묻는 것은 당연하다. 협상이 깨지면 문재인정부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애꿎게도 그 대가는 우리 국민들이 져야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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