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팽팽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줄다리기가 결국 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뺀 패스트트랙 공조를 되살리겠다는 압박 카드를 내놨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원내대표 회동을 비롯한 실무회동으로 다양한 패스트트랙 협상을 이어가던 여야가 접점을 찾기는커녕 되레 더 멀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필요하다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공조를 했던 정당·정치세력과의 접촉을 수면 위로 올려서 패스트트랙을 어떻게 처리할지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보고하겠다"고 했다. 한국당과의 패스트트랙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한국당을 배제한 여야 패스트트랙 공조를 복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패스트트랙 공조 채널을 복원한다면 여야 3당 교섭단체 협상에 자칫 경직이 발생하고, 의견이 충돌할 수 있고, 아직은 시간이 이르다고 판단했다. 개별적으로 접촉해 의견을 확인하고 부분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을 가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들 간 정치협상회의, 이를 뒷받침하는 실무회의 과정, 또 다른 원내대표 회동과 실무회동 등을 넘어서 다음 주에는 패스트트랙 어떻게 처리할지 시간의 문 앞에 직면했다"고 했다. 다음 달 3일 예정된 패스트트랙 법안 본회의 부의까지 협상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패스트트랙 협상의 최선은 한국당을 포함한 합의이지만, 최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합의 의사가 없다면 패스트트랙 공조 복원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 선언 없이는 협상에서 한발도 움직일 수 없다는 강경 태세를 보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불법 패스트트랙 대책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의 불법성을 부각하는데 집중했다. 나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보다보다 이런 여당은 처음 본다"면서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선거법 개정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나 (여당은) 날치기를 하겠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나 원내대표는 "사실 여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하려고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모두 권력장악을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누차 말했듯이 공수처는 '친문(親文)무죄, 반문(反文)유죄', 친문은 있는 죄 없애고, 반문은 없는 죄도 만드는 대통령의 검찰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의당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선거제도"라고 규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에 "패스트트랙 무효를 선언하라"면서 "지금까지 패스트트랙 절차가 무효라고 한다면 더 진지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패스트트랙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야당이 (패스트트랙 관련) 조사를 안 받고 있으니 조사 없이 기소하라고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줬다"면서 "정기국회 내 의원을 소환한 적이 있느냐, (여당 대표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법으로 풀면서 검찰에 기소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단은 정례회동을 갖고 패스트트랙을 비롯한 현안사항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최악의 경우 여야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다면 정기국회 마비 등 후유증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불법 패스트트랙 대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