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공조 유지될지 불투명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여야 4당의 공조로 개혁입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조국 사태' 이후 커진 쇄신요구에도 주 1회 의원총회를 열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사진)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협상의) 최선은 한국당까지 포함하는 합의와 합의의 과정이겠지만 쉽지 않을 때는 패스트트랙에 공조했던 협조의 테이블을 가동해 개혁입법과 민생예산 처리 과정을 진척시켜나가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어떤 정치적 의도나 정략을 동원해 본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검찰개혁이나 선거제도 개혁안 처리를 태업하거나 훼방 놓더라도 가야 할 길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바람대로 여야 4당의 공조가 끝까지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바른미래당이 주요 개혁법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과 합의안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 패스트트랙 협상 돌파구를 찾기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비상회의에서 "한국당과 협의해 '권은희 수정안'을 야권 단일화 안으로 만드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오 원내대표 역시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 원내대표는 "상호 양보를 통해 민주화 이후 지금껏 이루지 못한 검찰개혁에 대한 일보 전진이 중요하다"며 "공수처 법안은 가장 간극이 크고 논쟁이 치열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타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협상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이어 오 원내대표는 "찬반을 넘어 세부적 내용 들여다보는 단계인 만큼 매우 의미가 깊다"며 "공수처나 반부패 수사처에 대한 대통령의 과도한 인사권에 대해선 민주당도 야당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바른미래당과 한국당이 우려한 정치적 독립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할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협상의 향방은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기소권에 부정적이라 민주당이 끝까지 기소권을 고집한다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 오 원내대표는 "권은희 의원이 제안한 수정안이 현실적 타협안이다. 권은희 안은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부패 수사처에 별도 검사를 두되 기소권은 보류하고 수사권과 함께 헌법상 영장 청구권한 부여하는 방법"이라며 "부패수사처도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속 및 압수수색을 실시할 수 있다. 검찰이 기소의견을 무시하면 기소심의위를 거쳐 기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했다. 더욱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만드는 것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저지하는데 더 큰 힘을 쏟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2일 경남을 시작으로 매주 1차례씩 권역별로 결의대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대규모 장외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패스트트랙 본회의 부의까지 주 1회 의총을 열고 당내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패스트트랙 정국을 어떻게 풀어갈지 공감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날 의총에서는 또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을 향한 날 선 비판에 '질서있는 쇄신'과 '깊은 성찰'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자성론에 무게가 실렸다. 이해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조국사태 이후) 지금까지 마음 편할 날 없이 지내왔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거의 칼날 위에 서 있는 심경이라 생각한다"면서 "지금부터는 여러분과 소통하면서 당을 역동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