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사람 P30폰 합작… 28.5초에 한대씩 생산
로봇팔 메인보드·배터리 장착
직원이 기계와 구동여부 점검
공정합격률 98.5%… 불량 5개
유럽왕궁 본딴 옥스 혼 캠퍼스
길이 7.8㎞ 친환경 열차로 이동
로봇팔 메인보드·배터리 장착
직원이 기계와 구동여부 점검
공정합격률 98.5%… 불량 5개
유럽왕궁 본딴 옥스 혼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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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中 IT굴기 `심장` 화웨이 광둥성 남방공장 가보니…](http://contents.dt.co.kr/images/201909/2019092202109931032009[1].jpg "[르포] 中 IT굴기 `심장` 화웨이 광둥성 남방공장 가보니…")
화웨이 제공
20일 오전 중국 광둥성 둥관에 위치한 화웨이 남방공장.
지난 3월 출시한 화웨이의 전략 스마트폰 'P30' 생산라인에서는 메인보드 조립부터 상품 패키징까지 쉴 틈 없이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자동화된 생산라인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듯했다. 박스 패키징을 끝낸 P30이 나온 후 다음 제품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8.5초였다. 24시간 가동되는 각 라인에서 하루 2400대의 스마트폰이 생산된다. 생산라인 하나의 길이는 120m.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돼 2013년 이전 80여 명이 투입되던 것에서 현재 17명만 일하고 있다.
화웨이가 정확한 생산라인 수와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산라인이 1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2만6000대 전후의 스마트폰이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 생산라인은 상황에 따라 P30이 아닌 다른 제품도 제조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제조시스템은 '무인화'가 아닌 '자동화'를 표방한다"면서 "스마트폰 최종 사용자는 결국 사람인 만큼 제품 테스트 등 사람이 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 제품 완성도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조라인은 로봇과 SW, 영상인식 등 첨단 기술의 결집체다. 로봇팔이 메인보드와 메인 카메라, 배터리 등을 정밀하게 장착하면 사람이 카메라 등이 제대로 구동되는 지 여부를 기계와 함께 이중 점검한다. 생산과 패키징이 끝난 P30 박스는 자율주행 로봇이 생산라인을 오가며 운반한다.
라인 중간중간에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담아 생산 과정에 도움이 되는 작은 기계들을 배치했다. 전기 없이 중력을 이용해 모듈의 위치를 알아서 이동시키는 기술 등이다. 화웨이는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공정개선 아이디어를 낸 직원들의 이름과 사진을 해당 기계 위에 부착하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첨단기술과 사람의 아이디어를 결합한 덕분에 업계 평균보다 불량률을 훨씬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P30 제품의 공정 합격률은 98.5%를 기록했다. 불량품은 5개에 불과했다. 화웨이는 내수 시장의 막대한 수요에다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을 결합, 삼성전자에 이어 스마트폰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날 방문한 둥관의 화웨이 R&D 핵심 기지 '옥스 혼 캠퍼스' 곳곳에서는 기술력 1등을 지향하는 화웨이의 야심이 묻어났다. 오전 시간 캠퍼스를 오가는 직원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방문자 카드를 건 서방 국가 사람들의 모습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화웨이는 지난해에만 매출액의 14.1%가량을 R&D(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며 IT 굴기를 이어가고 있다. R&D 투자는 성과로 이어져 올해 상반기에 작년 같은 기간대비 23.2% 성장한 4013억 위안(약 583억 달러, 약 68조87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웨이는 2014년 옥스 혼 캠퍼스를 착공해 아직 조성 중이다. 100억 위안(한화 1조7000억원)을 투입했으며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캠퍼스는 여의도 면적의 60%인 180만㎡(54만5000평) 규모로, 현재 약 2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근의 호수 '송산호' 지형이 황소 뿔 형상을 닮아 옥스 혼이란 이름을 붙였다. 캠퍼스는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독일 하이델베르크성 등 유럽의 유명 건물을 본따 12개 블록에 걸쳐 지어졌다.
캠퍼스는 압도적인 규모로 탄성을 자아내고 마치 유럽 왕궁을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이었다. 캠퍼스 내 이동에는 총 길이 7.8km의 스위스 산악열차 스타일 트램이 이용된다.
캠퍼스 곳곳의 유럽 정취는 건축학도인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취향이 반영됐다. 유럽 통신사들이 사업을 위해 캠퍼스를 자주 찾는 만큼,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목적이 녹아있다는 게 화웨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화웨이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화웨이는 캠퍼스 녹지와 하천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인공하천에는 런정페이 회장이 직접 사들인 마리 당 9억원의 블랙스완이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블랙스완의 메시지가 '예기치 않은 악재에 항상 대비하라'인 점에서, 런정페이 회장이 미·중 패권전쟁을 예견해 오랜 기간 대비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전해졌다.
둥관(중국)=김은지기자 ke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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