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美中 무역전쟁 애먼 시장만 잡는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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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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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美中 무역전쟁 애먼 시장만 잡는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국은 지난 9월 1일 1120억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추가한데 이어 올해 12월부터는 156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작년부터 이미 관세부과가 시작된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을 포함하면 중국에서 수입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관세부과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중국 무역적자의 누적이다. 작년에만 4200억달러의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중국이 미국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보고 있다. 둘째, 미중 무역전쟁은 첨단기술 선점을 목표로 하는 '기술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의 불공정한 기술이전과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불만이 크다.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무역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시작한 무역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는 물론 글로벌 패권전쟁에서 중국의 견제라는 목적도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뉴스위크지가 소개한 애플 아이폰7 원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아이폰7 출시 당시 공장도 가격은 237.45달러였다. 이 가운데 중국에 돌아간 소득은 조립에 동원된 인건비와 중국기업이 공급한 배터리를 포함해 8.46달러로 공장도 가격의 3.6%에 불과하다. 나머지 228.99달러는 다른 나라로 흘러 나갔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68달러씩, 대만이 48달러, 그리고 17달러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 메모리칩,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아이폰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은 인텔, 소니, 삼성전자, 폭스콘 같은 미국, 일본, 한국, 대만 기업이 납품하는 부품들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거의 없다.

제조산업의 글로벌 분업화로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제품 조립을 미국으로 가져온다고 해도 미국 근로자나 경제가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크지 않다. 게다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늘어나면 미국 기업들은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기기 보다는 중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겠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적자는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대신 관세 인상으로 미국내 소비자의 고통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만 커지고있다. JP모건은 관세로 인한 가격인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가구당 연간 1000달러를 추가적으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글로벌경제 악화의 여파로 내년초까지 미국과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1%씩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확대일로에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중국으로 하여금 기술혁신과 신기술 자립화를 앞당기도록 자극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전쟁과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보면서 시진핑 정부는 미국의 지적재산과 노하우를 모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4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로봇, 5G 등의 분야에서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정책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이 역설적으로 중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해소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없으며, 글로벌 패권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지도 못한 채 글로벌 경제에 타격만 입히고 있다. 승자도 실익도 없는 게임인 미중 관세전쟁은 당초 시작하지 않았어야 할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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