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생으로 돌아올 때'라며 화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6일 오후 5시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삭발식을 열기로 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감행할 정도로 요지부동하자 투쟁의 결기를 다지겠다는 취지다. 추석을 지나면서 조 장관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관심이 조금씩 사그라들자 '조국 이슈'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전략 부재와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자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시도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 조국의 수사방해를 계속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까지도 짊어지게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라며 "조국의 부당한 검찰 인사 개입 겁박과 공보준칙 강화를 한 보도금지 추진은 명백한 수사외압이고 수사방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또 "조국 게이트 장기화로 인한 국정붕괴에 대한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권이 조국 지키기에만 매달리면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붕괴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민생을 챙겨온 것이 누구인가. 나라를 망친 것이 누구인가"라며 "이제 와서 정쟁 중단, 민생 올인 이런 이야기를 하니 정말 파렴치한 이야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날 민주당이 한국당에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장관에 제기되는 상황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문재인 정권 도덕성에 치명타"라며 "조 장관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 될 것"이라고 한국당과 결을 같이 했다. 손 대표는 "정부와 여당은 조국 사태가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것을 기대하고 있겠지만, 민심은 그렇지 않다"면서 "사태를 수습하고, 분열된 국론을 수습하는 길은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조국 공세가 계속되자 민주당도 날을 세웠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한국당은 민생을 우선하는 대신 '조국사태'만 외쳤다. 황 대표는 서울역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했고 소속의원은 삭발과 단식투쟁을 하며 조 장관 임명철회와 사퇴 만을 촉구했다"면서 "지난 한 달도 부족해 추석의 시작과 끝을 조국 사퇴로 보낸 한국당의 모습에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민생은 국회가 책임지는, 각자의 위치 제자리에서 자기의 일을 성실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대안정치연대는 '조국 이슈'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는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정치권은 이제 조국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한다면 경제를 먼저 살려내고, 그 다음에 조국 사태로 불거진 학벌·신분세습 등 기득권 세습을 타파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김미경·윤선영기자 the13ook@dt.co.kr
